전기자동차용 충전기 가격이 3년 새 최대 절반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완속충전기(공용·7㎾급)의 경우 2018년에는 200만원 안팎에서, 최근엔 1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시장 물량이 늘어 난 데다,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업체별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충전기 가격 인하로 전기차 시장 대중화엔 긍정적이지만, 자칫하면 제조업계의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규 아파트 등 건설사에 공급하는 급속충전기(50㎾급) 가격이 2018년 2200만~2500만원에서, 2021년 현재 1600만~1800만원까지 떨어졌다. 건설사에 들어가는 급속충전기는 DC콤보·차데모(CHAdeMO)·AC 3상 등 3개의 충전 규격을 지원하는 제품이다.
건설사에 공급하는 완속충전기 역시 200만원에서 새해 150만원 전후로 떨어졌다.
정부에 공급하는 충전기는 건설사 가격보다 인하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공단 등 정부사업 입찰 가격 기준으로 2018년 초 급속충전기(50㎾급)는 1800만원 수준에서 최근엔 1400만원 수준으로 내렸다. 완속충전기 역시 정부 보조금 사업 기준으로 2018년 초 200만원 수준에서, 최근엔 100만원 이하로 내려가는 추세다.
2018년엔 정부가 지원하는 완속충전기(공용) 보조금은 제품과 설치비를 포함해 5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부터 320만원으로 축소된 것이 충전기 가격인하 효과로 작용했다.
정부 보조금이 100만원 넘게 줄어들면서, 전기공사비·한전 불입금 등의 고정비용 이외 충전기 완제품 가격만 떨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충전기 가격 인하가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충전기 제조사 별 출혈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 보조금은 매년 줄어드는 데다 충전기 제조사들은 계속 늘고 있어 시장성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충전기 시장이 애초부터 정부 보조금 시장이 대부분이다 보니 정부가 정한 규격의 제품만 개발·생산할 뿐 가격경쟁이나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시도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체 대부분인 충전기 제조사도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전기차 시장 초기 시그넷이브이, 중앙제어, 대영채비, 피앤이시스템즈, 모던텍 등에 불과했던 급속충전기 제조사들은 3년 새 코스텔, 스필, 휴맥스, 애플망고, LS산전 등 두 배 정도 늘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