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간 국내 유통산업 명암이 뚜렷이 갈렸다. 외출 감소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온라인쇼핑과 배달 시장은 급성장한 반면에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부진했다.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점포 입지보다 플랫폼 경쟁력이 핵심 역량으로 부상했다. 유통업계 전반에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45조124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4% 증가했다. 연간 기준 16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반면에 전통 유통업계는 고꾸라졌다. 잦은 휴점과 집객 감소를 겪은 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이 27조8700억원으로 6.3%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어렵게 넘은 30조원대 벽마저 다시 무너졌다. 집 근처 소형점포를 이용하는 근거리 소비 성향이 커지면서 주택가 편의점이 수혜를 입었다.
지난해 민간 소비 증가분은 사실상 온라인 채널이 독식했다. 식품 카테고리마저 코로나 영향으로 온라인 침투가 빨라졌다. 지난해 상반기 온라인 식품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56.5% 증가한 19조원으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50% 넘는 성장세가 예상된다. 온라인 장보기 활성화에 따라 쿠팡과 SSG닷컴 등이 직접 수혜를 입었다.
고강도 거리두기는 배달 산업 성장 촉매가 됐다. 지난해 국내 배달 건수가 4억건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유통 대기업도 달라진 고객 소구점에 맞춰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백화점은 식품관 즉석조리 식품을 인근 가구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였고, 스타트업과 손잡고 근거리 생필품 배송에도 뛰어들었다.
매장 활용도도 달라졌다. 롯데마트는 기존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전환했다. 상품 피킹과 패킹 등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스토어와 다크 스토어를 통해 온라인 주문 처리량을 대폭 늘렸다. 반면에 오프라인 부실 점포 116개를 폐점했다. 창사 이래 최대 점포 구조조정이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점포 인프라를 활용한 풀필먼트 구축에 집중했다.
관광산업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하늘길이 끊기면서 호텔과 여행사, 면세점은 매출이 급전직하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관광업계는 14조원 규모 피해를 입었다. 업계 선두업체인 하나투어는 무급휴직에 이어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호텔신라는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면세업계는 새로운 판로를 구축하며 변화에 대응했다. 면세품이 처음으로 내수 시장에 풀렸고 무착륙 비행 상품을 겨냥한 면세쇼핑 프로모션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어 가던 유통 판도가 코로나19 재난을 만나 가속이 붙었다”면서 “주류 소비채널이 e커머스로 넘어가는 시점이 5년가량 앞당겨진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추이>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