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설계소프트웨어(CAD) 기업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 라이선스 정책에 대해 토목·건축·조선 등 중소·중견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오토데스크가 국내에서 독과점 지위를 앞세워 라이선스 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한데 따른 사용료가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안 캐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일 대안 캐드 업계에 따르면 오토데스크는 오토캐드 영구버전 라이선스 방식을 2016년부터 매년 갱신하는 서브스크립션(구독)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어 오토캐드 공급 방식도 싱글 라이선스 체계로 작년 중반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복수 사용자 라이선스 방식으로 사용하던 국내 건축설계 사무소·엔지니어링 등 기업은 사용자 1인당 1개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싱글 라이선스만 사용해야 한다. 싱글 라이선스로 인해 1개 SW를 1명만 사용, SW 사용료와 구매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오토데스크는 영구버전 라이선스를 사용하던 기존 고객사를 대상으로 매년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서브스크립션으로 변경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토데스크는 대형로펌들을 앞세워 중소·중견기업을 상대로 불법 사용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정품 구매와 위반 시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해 중소·중견기업의 고충이 더해지고 있다.
엔지니어링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작년 말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등 9개 협·단체는 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오토데스크의 싱글 라이선스 정책 도입 전환 사안을 논의했다. 업계는 공정위 제소·대안 캐드 활성화 등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중소·중견 기업들은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 공급 정책으로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국내 캐드 시장 구조를 독과점이 아닌 경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안 캐드 개발·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오토캐드 사용에 부담을 느낀 중소·중견기업은 이미 몇년 전부터 대안 캐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관계자는 “오토데스크의 싱글 라이선스 도입은 글로벌 시장 운영 전체에 맞춘 정책인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매출 비율이 워낙 낮은 탓에 대등한 계약관계에서 라이선스 협상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안 캐드 시장 확대와 투자가 시급한 만큼 정부에 대안 캐드 활성화 방안을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더블유캐드코리아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100% 호환이 가능한 대안 캐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고등학교·대학교의 교육과정 인식변화를 위한 ZWCAD 플랫폼 제공과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리코리아 관계자는 “범용 캐드 시장에서 대안 캐드가 나름 경쟁력을 갖췄지만 전문가용 캐드 시장에선 오토캐드 '쏠림 현상'이 크다”면서 “고객의 인식변화와 함께 오토캐드의 써드파티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토데스크 관계자는 “이번 전환 방침은 고객의 요구와 SW 업계 흐름을 비롯한 비용·생산성 최적화 등을 반영한 결과”라며 “네임드 유저 전환 정책은 사용자와 기업 모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
오토데스크 '오토캐드' 독과점 앞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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