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 시대 선도하는 KERI]<중>R&D 성과/'전기천하지대본' 시대 구현

전기선박 육상시험소 5000억원 파급효과
국가 소부장 분야 기술 자립 실현

KERI 연구원이 LBTS에서 전기추진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KERI 연구원이 LBTS에서 전기추진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최규하)이 추구하는 전기 연구개발(R&D) 비전은 '전기천하지대본(電天下之大本)' 시대 구현이다. '농자천하지대본'에 빗대 전기와 전기기술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한다는 의지다.

KERI는 전기천하지대본을 비전으로 전기선박,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기의료기기 등 국가사회 발전과 국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대형 R&D 성과 창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는 선박용 전기추진시스템을 육상에서 시험 검증하는 설비로 KERI 대표 R&D 성과이자 현재도 추진하고 있는 R&D 사업이다.

전기추진시스템은 선박에 탑재 후 진수하면 더 이상 해체는 물론 성능 검증이 매우 어렵다. 잠수함을 비롯한 수중 운항 선박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박 탑재 전에 필요한 모든 개별 시험과 통합 시험을 육상에서 정밀 진행해야 한다.

KERI는 2013년 LBTS를 구축하고 지난해까지 990억원 규모 25개 연구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우리나라가 독자 설계·건조한 3000t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장보고-Ⅲ급)'을 포함, 전기선박 및 전기추진체 분야 총 401개 항목을 시험해 192건의 개선 및 보완사항을 도출했다. 그 결과 전기선박 평균 건조 기간을 1년여 단축했고, 건조 지연에 따른 손실 비용 4684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기술수입 대체 370억원, 전기선박산업 지원을 포함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270억원 등 LBTS 운영 파급효과는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KERI LBTS 내부 전경.
KERI LBTS 내부 전경.

소부장 분야에서 이차전지와 나노기술 보유 역량을 인정받아 '국가연구실(N-Lab)'과 '국가연구협의체(N-Team)'로 지정된 것도 주요 R&D 성과 가운데 하나다.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았던 '전도성 구리-그래핀 복합잉크'를 국산화했고, 고체 전해질 제조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는 '특수 습식합성법'도 개발했다.

이외에 전기·전자 소자 3D프린팅, 전자폭탄(EMP) 방어, 전기차용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플라잉카 발전기와 전동기, 스마트 보청기, 암 치료용 X밴드 선형가속기 등 다양한 전기소재부품을 자체 개발해 국산화하고 있다.

기업 현장의 생산·효율성을 높여 준 지능 전기 기반 스마트팩토리, 고효율 전동기, 공작기계용 정밀제어시스템과 스마트팜 구현을 앞당긴 플라즈마 활성수 제조기술도 빼놓을 수 없는 R&D성과다.

최규하 원장은 “세상에 필요한 세 개의 기(氣)를 꼽자면 공기, 습기 그리고 전기다. 인류가 누리는 편리한 생활의 바탕에는 전기가 있다”며 “정부 출연연으로써 역할과책임(R&R)을 다하는 R&D로 전기천하지대본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