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전 2시(현지시간 20일 낮 12시) 공식 취임했다. 앞으로 4년 동안 통합의 리더십을 앞세워 '하나의 미국'을 이끌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 DC 의회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세계 최강국' 미국의 통수권자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여분간의 취임사를 통해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을 위한 동맹 복원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동맹을 통해 다시 한 번 세계와 소통할 것”이라며 “단순히 우리의 힘이 아니라 모범을 통해 세상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고 안보와 번영을 위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선 과정에서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만들겠다며 “내게 투표했던 하지 않았던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자와 당선자 시절 유독 '하나의 미국'을 강조해 왔다.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의회 난입 난동 사건과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추진 등으로 국내 정세가 혼란한 상황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됐다.
이날 취임식도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팬데믹, 무장 시위 우려 등에 2만5000명 주방위군이 지키는 군사작전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찬과 퍼레이드, 무도회 등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가상으로 전환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불참했다. 반면 빌 클린턴, 조지 W.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는 취임식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축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재정 확대를 통해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주요 정책에서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대척점에 있다. 특히 취임 첫날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을 뒤집으며 미국 안팎의 새 질서 구축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입성 뒤 10여개의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국정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대신해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다자주의 부활도 예고했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말로 축약된다. 미국이 다시 세계를 주도하는 최강국의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우방국인 한국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역 갈등과 방위비 인상 압박 등은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협력을 구할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정부의 외교적 역량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앞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김형진 서울특별시 국제관계대사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발탁하는 등 외교 라인을 강화했다.
통상 부문에선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탄소 중립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우리 혁신 산업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질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선 글로벌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5세대(5G) 이동통신 등 글로벌 ICT 선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가 주력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선 극적 변화가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등 미국 내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최순미 아주대 통일연구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선 순위에서 한반도를 뒤로 미뤄 놓더라도 북핵 문제를 터부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호흡을 맞춰 북한과의 협상을 끌어낼 수 있도록 미리 단단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