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 업계가 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LPG 차량 판매량이 미진한데다, LPG 판매가격마저 최근 3년 간 10% 안팎 하락했기 때문이다.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LPG 자동차용 부탄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새 사업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LPG 충전소를 수소 충전소로 전환하고, LPG 선박 도입 등을 서두르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LPG 차량 등록대수·판매가격 동시 감소…SK가스·E1 실적 악영향
22일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LPG 차량 등록대수는 199만5740대로 2019년 12월 대비 2만5980대 감소했다. LPG 차량 등록대수가 200만대를 밑돈 것은 최근 10년 통계치 가운데 이번이 처음이다. LPG 차량 등록대수는 2010년 245만5696대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17년 212만2484대까지 줄곧 하락했다. 2019년에는 202만1720대로 200만대를 간신히 턱걸이했다.
올해 감소 폭은 다소 의외의 결과다. 정부가 2019년 3월 미세먼지 대책 일환으로 LPG 차량 구매 제한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일반인도 LPG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LPG 등록대수는 늘 것으로 기대됐었다. 다만 LPG 차량 등록대수 감소량은 규제 폐지 직전인 2018년 6만9614대에서 2019년과 2020년 각각 3만1150대, 2만5980대로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LPG 1톤 트럭 판매량이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LPG 화물차 신차 구입 지원 사업을 작년 대비 올해 2배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LPG 차량 등록대수 플러스 전환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LPG업계 관계자는 “LPG 차량에 대한 인지도와 LPG 충전소의 지리적 이점이 경쟁 석유제품 대비 뒤처지고 있다”면서 “구매할 수 있는 LPG 차량 모델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대했던 급진적 판매 증대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는 LPG 업계에 부정적이다. 통상 전체 LPG 차량대수가 감소하면 수송용 LPG 판매 사업 비중이 큰 국내 LPG 수입사인 SK가스, E1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까진 석유화학용 LPG 수요가 수송용 판매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PG 판매가격은 약세다. LPG 가격과 연동되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안팎을 오가는 등 여전히 큰 폭 반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자동차용 부탄 평균 판매가격은 2020년 기준 3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ℓ당 2017년 826.5원, 2018년 874.5원, 2019년 806.3원에 비해 2020년 들어선 11월, 12월에 각각 770.6원, 796.9원까지 떨어졌다. 수요가 큰 폭 늘지 않는다면 수익 개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LPG 업계 다른 관계자는 “LPG차는 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유 차량 대비 수십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친환경적”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유지비도 적지만, 여전히 LPG 차량 판매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익 개선을 위해 새 사업 포트폴리오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소 충전소·LPG 선박 도입 사활
LPG 업계는 신사업으로 수소 충전소 및 LPG 선박 도입을 목표로 잡았다. 수소 충전소는 LPG 충전소를 활용해 수소 충전 거점으로 삼는 전략이다. 앞서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24년까지 수소차 620만대를 보급하고, 수소 충전소 1200곳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수소 충전소 수를 LPG 충전소 수준인 2000개까지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LPG 충전소를 수소 충전소와 병설하면 실익은 크다. LPG 충전소는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등에 따라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또 주변 시설물이나 보호시설과 안전거리도 확보돼 있다. 안전성이 담보되는 셈이다. 특히 LPG 충전소는 수익 악화로 최근 감소세다. 2019년 기준 1948개로 2016년 1963개 대비 15개 줄었다. 폐업한 LPG 충전소 부지를 활용할 경우 경제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가스와 E1은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SK가스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인천 남동구 한 충전소에 수소 충전소를 운영,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LPG 업계는 중·소형 LPG 선박 도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SK가스와 E1, 대한LPG협회는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가 추진하는 중·소형 LPG 선박 실증 사업에 참여한다. 이 사업은 각각 길이 24m, 9m인 중·소형 LPG 선박을 실증해 우리 해상에 띄우는 것이 골자다. 현재 부산시 등은 국내 LPG 선박 엔진 공급 업체를 선정하는 작업 막바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LPG 업계가 LPG 선박 도입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판매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LPG 선박이 대중화 돼 대중적인 선박 연료인 벙커C유 대신 LPG를 사용할 경우, 자연스레 LPG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특히 LPG 선박은 경제성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경유, 휘발유 등과 견줘 가격 경쟁력이 있다. 세계적으로 탈황 규제 등이 거세지면서 LPG 선박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LPG 업계 관계자는 “LPG 선박이 늘어나면 LPG 업계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