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K-뷰티가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 수출 한계에도 일본 수출이 크게 늘면서 중국 수출 중심이었던 K-뷰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뷰티 강국으로 불려온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이 자리매김한 데는 기술력으로 무장한 상품성 때문이다. 일본 시장에 없던 상품 카테고리를 개척하거나 현지 맞춤형 제품을 선보인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 주력 브랜드 '미샤'는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이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완판 행진을 펼치고 있다. 미샤 쿠션 파운데이션은 2015년 일본 시장에 쿠션 제품을 처음 선보인 후 5년 3개월 만인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넘어섰다.
미샤 'M 매직쿠션'은 당시 쿠션 형태 파운데이션이 생소했던 일본 시장에서 출시 직후 입소문을 타며 판매가 급증했다. 매직 쿠션은 첫해에만 30만개 이상 판매됐다. 지난달 국내에서 출시한 '매직쿠션 네오커버'는 일본 시장에서 먼저 선보인 후 국내서 후 출시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4월 일본에서 선보인 후 연말까지 39만개가 팔렸다.
미샤의 쿠션 제품이 흥행에 성공한 데는 색조 화장품이면서 기능성을 강조한 전략이 한몫했다. 네오커버의 경우 피부 광채와 커버력을 기본으로 갖추고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 등 3중 기능성을 갖췄다. 이를 위해 빛을 난반사하는 진주추출물, 자개파우더(네이커가루) 성분과 빛의 굴절률을 높여주는 고굴절률 오일을 사용했다.
강인규 에이블씨엔씨 미샤 재팬 법인장은 “2000년대 중 후반 일본에서 BB크림은 미샤였고 최근에는 '쿠션' 하면 미샤로 통한다”며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쿠션 카테고리를 처음 만든 것도 바로 미샤”라고 말했다.
국내 상장을 추진 중인 젤라또랩은 전체 매출 절반 이상을 일본에서 거두고 있다. 셀프뷰티 원조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데는 디자인 현지화 전략과 제품력이 있다.
젤라또랩은 일본 내 대부분 직장에서 차분한 디자인의 네일아트 만을 허용하고 있는 점을 파악해 '오피스 네일'을 출시했고 이 제품은 이틀 만에 완판됐다. 또 네일스티커 접착력을 높이고 금·은박, 글리터 등을 세밀하게 표현한 점도 인기를 끌었다. 모두 일본 내에 없던 카테고리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한 사례다. 특히 쿠션 파운데이션의 경우 한국이 종주국으로 K-뷰티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뷰티 업계에선 일본 내 '한류'에 힘입어 또 한 번 K-뷰티 열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 증감률 1위 국가는 일본이다. 전년 동기보다 57.8% 늘었다. 이어 중국(24.1%), 미국(19.8%), 아세안(4.2%) 순이다.
전체 화장품 수출액은 75억7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65억4000만달러에 비해 15.7% 성장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일본행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대표 온라인 몰인 라쿠텐과 큐텐의 메이크업 부문 1위를 차지한 클리오는 올해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토리'를 일본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본 내 인기 브랜드 '이니스프리' 라인업을 확장, 기초 화장품을 중심으로 공세에 나선다. 이니스프리는 내달 1일 일본 내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중국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된 반면 일본 수출은 꾸준한 상승세”라면서 “대 일본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