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은 두말할 나위 없이 대변혁의 한 해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급변한 환경은 개인의 일상과 기업의 사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은 중요한 자산인 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야 했고, 사업 연속성을 이어 갈 방안도 끊임없이 모색해야 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 성장을 도모해야 했다.
필자 개인으로는 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은 한 해였다. 돌이켜보면 원격으로 진행되는 교육과 업무, 감염병 퇴치를 위한 정부 및 의료계의 연구와 노력, 일상을 지속하게 해 준 온라인 주문 및 배달까지 기술과 무관한 것이 없다. 오히려 기술로 말미암아 그동안 지체돼 온 혁신을 당길 수 있었다. 실제 팬데믹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꿔서 혁신하며 성장한 기업 사례는 많다.
지난해를 교훈 삼아 올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CES의 주제가 '모든 디지털'(올 디지털)인 것만 봐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과 성장은 여전히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올해 인텔리전트 에지,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이 주요 혁신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기술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데이터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앞으로 2년 동안 기업이 생성하는 데이터는 연간 42.2% 속도로 증가하지만 활용 가능한 기업 데이터 가운데 68%는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바로 이 방치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신속하게 분석 처리하고, 빠르게 전송하며, 더 많이 효율 높게 저장해서 통찰력을 얻을 것인가가 화두일 것이다.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잘 활용할 때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의 시행 초기에는 단말기 보급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점차 온라인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 최적화, 보안, 안정된 네트워크 및 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술 문제를 종합해서 해결해야 했다. 인텔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계 비영리 단체와 비즈니스 파트너를 지원, 기술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생에게 기기를 제공하고 학습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기술 교육 및 격차 해소 노력은 오는 2030년까지 진행할 장기 과제다.
제조업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에지 컴퓨팅 및 AI 기술 도입을 통한 스마트공장 전환이 가속될 것이다. 물류센터에서는 폭증한 주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AI 기능이 탑재된 자율주행 로봇과 무인 운반차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공장에서는 조립 로봇에 센서를 부착하고 클라우드와 연결해서 수십명의 엔지니어가 일부 차량만 검사하던 시스템에서 모든 자동차를 검사하고 문제를 실시간 파악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감염 확산 및 접촉 추적 효과를 위한 데이터 공유의 필요성은 이미 체득했다. 데이터는 비용 효율이 있으면서 빠른 테스트 프로토콜을 만들고, AI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 확산할지를 예측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인텔은 코로나19 대응 이니셔티브를 통해 의료진을 보호하면서 중환자 진료를 지원하는 원격 집중 케어 솔루션, AI를 도입해 컴퓨터단층촬영(CT) 스캔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 검사, 슈퍼컴퓨팅으로 코로나19 감염 메커니즘 분석, 현장에서 감염병 검사를 진행해 데이터를 에지와 클라우드에서 수집·분석하는 솔루션 등의 개발을 지원했다. CES에서 AI와 에지 컴퓨팅을 활용한 원격의료 기술이 대거 등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올해는 데이터 기반 기술이 혁신을 주도하는 사례를 더 많이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기업 한 곳이 단독으로 이끌어 갈 수는 없기 때문에 기술을 구현하고 적용할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하드웨어(HW) 못지않게 소프트웨어(SW) 역할도 중요하다. 최적화된 앱과 특화된 SW는 HW만으로 구현이 어려운 다양한 사용 사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앞서가는 기술 인프라와 사용자 기반, 다양한 창업 기회와 인력 기반을 갖춰 한국이 2021년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며 새해를 시작한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ms.kwon@int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