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계열사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평가가 엇갈렸다. 롯데쇼핑과 롯데정밀화학은 우수한 평가를 받은 반면,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ESG 경영을 핵심 기치로 내걸면서 부족한 점을 만회하려는 각 계열사의 발걸음이 분주할 전망이다.
25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롯데그룹 10개 상장사(롯데리츠 제외) 중 가장 높은 ESG 등급 평가를 받은 기업은 롯데쇼핑과 롯데정밀화학이다. 양사는 지난해 ESG 평가에서 통합 A등급을 기록했다.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영역에서 각각 A, A+, A등급으로 고른 평가를 받았다.
롯데제과와 롯데하이마트도 통합 A등급으로 선방했다. 다만 롯데제과는 지배구조에서, 롯데하이마트는 환경 영역에서 B+등급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정보통신과 롯데케미칼도 환경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A등급을 거뒀다.
반면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통합 B+등급으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환경과 지배구조 모두 B등급을 받았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개편의 마침표를 찍을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롯데지주 자회사를 부당지원한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한 영향으로 ESG 등급이 부진했다.
ESG 등급은 재무적 가치를 넘어 비재무적 가치 요소를 반영한다.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뿐 아니라 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 CEO는 ESG를 핵심 투자 지침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블랙록뿐 아니라 대형 연기금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투자 기준을 ESG에 맞췄다.
이번 ESG 등급을 공표한 KCGS는 기업지배구조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연구·평가 기관이다.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 역할도 한다.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 입장에선 KCGS ESG 평가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롯데도 올해 ESG를 주요 경영 화두로 내세웠다. 신 회장은 상반기 사장단회의에서 "ESG 요소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ESG 경영에 대한 전략적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ESG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 계열사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롯데 식품사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 패키지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롯데쇼핑은 정부의 건물 에너지 진단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에 민간 최대 규모로 참여했다. 비상장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롯데렌탈은 친환경·전기차 보급 등 친환경 강화에 나섰다.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는 올해를 ESG 경영 원년으로 선언하고 별도의 'ESG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