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수 가전이 코로나19 영향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심각한 부진에 빠진 가운데서도 주요 가전 유통사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더 커진 것으로 예측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 삼성전자판매(삼성디지털프라자),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 전자랜드 등 주요 가전 유통 4사 지난해 매출 총액은 전년 대비 약 5.6% 성장한 10조3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 4개사 매출은 국내 가전 유통시장의 60%가량 차지한다.
지난해 주요 가전 유통 4개사 매출 성장률은 2019년(2.7%)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2017년과 경기 악화에도 7%대 성장한 2018년과 비교해 2019년은 주요 업체가 마이너스 혹은 소폭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성장세는 전년도 기저효과도 일부 있지만, 코로나19 수요와 정부 정책 등으로 실질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업체별 매출을 보면 부동의 1위인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4조1000억원 매출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2%가량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오픈한 초대형 프리미엄 매장 '메가스토어'가 코로나19 영향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온라인 매출이 지속 성장하고 적자 점포 정리 등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삼성디지털프라자는 주요 4개 기업 중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전년 대비 12%가량 성장하면서 매출 3조원(3조900억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스포크 냉장고, TV 등 주력 대형 가전 실적이 크게 향상된 데다 공격적 마케팅이 적중했다.
LG베스트샵 성장세는 주춤했다. 지난해 매출원가 기준으로 전년 대비 1%가량 성장한 2조23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TV, 냉장고, 노트북 등 가전 전반에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전략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8500억원 매출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9%가량이다.
지난해 가전 유통 4사 실적은 코로나19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제품 교체 수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 위생 관련 제품은 물론 TV, 노트북 등 '집콕족'을 위한 제품 판매가 급격하게 늘었다.
가전제품 지연수요가 구매로 이어지는 정부 정책도 성장을 견인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일부 재난지원금과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은 정부 예산이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늘면서 소비 수요를 끌어올렸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가정에 잉여자금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고민했던 가전 구매를 소비로 이어지게 했다”면서 “특히 연간 400억원 수준이던 정부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 예산이 지난해 30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올해 가전 시장은 코로나19 수요가 이어지지만 정부의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 여부에 따라 성장 폭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도 사업을 진행하겠지만, 금액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종료된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이 올해 재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집콕족 소비 수요는 지속되지만, 지난해 구매가 많이 이뤄진 상태라 신규 혹은 교체 수요는 비교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가전 유통 4사 매출 추정치(자료: 업계 취합)>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