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문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방역 및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첨단산업 세계공장'으로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이 개최한 '2021 다보스 아젠다 한국정상 특별연설'에 화상으로 참석, 세계적인 기업 CEO들과 주요 인사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책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다보스에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WEF 측 초청으로 이뤄졌다. WEF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성과, 한국판 뉴딜 및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 높은 관심을 고려했다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민간 부문에서도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가 잇따르고 있으며, 정책 금융과 민간 금융이 조성하는 '뉴딜 펀드'도 활성화되고 있어 총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최적의 투자처임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디지털 경쟁력도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IT와 환경, 에너지 등 그린산업을 접목한 신제품과 신기술 테스트베드로 한국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국경과 지역을 봉쇄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거래처이자 투자처라는 설명이다.
작년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2015년 이후 6년 연속 200억달러를 달성했다. 전염병·4차 산업혁명·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우리나라 정책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투자 확대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세계는 이제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 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라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우수한 인프라와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가진데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경제를 선도해 나갈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한국판 뉴딜'이 글로벌 기업과 벤처창업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을 열고 미래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베인앤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매킨지, KPMG(이상 컨설팅),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노바티스(이상 보건의료), 지멘스, ARM, 에릭슨, 퀄컴,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노키아(이상 디지털·IT), 에어리퀴드, 솔베이, 베스타스(이상 그린), 아르셀로미탈, P&G, 레고, 광저우 자동차, 후지쯔(이상 제조), HSBC,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도이체방크, 싱가포르 국부펀드, 사우디 산업개발기금(이상 금융) 등 글로벌 기업 CEO들이 참석했다.
또 헬싱키 시장, 도쿄 주지사, UAE 경제부장관, 런던금융특구 명예시장 등 각국 정부 관계자, CNN, 워싱턴 포스트, AP, 르몽드, 아사히신문 등 언론, OECD,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미주개발은행(IDB) 등 국제기구, 미국심장협회, 인도산업연합 등 NGO 단체 관계자도 자리했다. 한국에선 현대차, GS칼텍스, 대성 등 관계자가 함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참석한 해외 기업 가운데 다수는 '앞으로 한국 정부 및 기업과 협력을 희망한다'고 WEF 주최 측을 통해 알려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 후 글로벌 기업 및 국제기구 인사들과 비공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문 대통령은 경제일반, 코로나19 백신 등 보건의료 협력,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 나갈 4개 핵심 주제별로 글로벌 기업 CEO의 질의를 받고 우리나라의 미래 전략에 대해 답변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 짐 스나베 지멘스 의장, 브누아 포티에 에어리퀴드 CEO 등 11개 글로벌 핵심 기업·국제기구 대표가 문 대통령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당초 질의응답은 7명 내외 질의자가 참석하고 25분간 질의응답이 계획돼 있었으나, 참석 수요가 쇄도해 WEF 측 요청에 따라 질의자를 11명으로 확대하고 시간도 40분으로 늘려 진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책 비전·전략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과 평가를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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