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8일 네이버 본사에서 만났다. 경쟁이 심화된 e커머스 분야 협력 방안부터 양사 보유 채널과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과 플랫폼 강자인 두 사업자 간 동맹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유통시장 판도가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신세계그룹 및 네이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를 방문, 이 GIO와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함께했다.
양사는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는 직접적 경쟁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는 연간 거래액이 20조원을 상회하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지난 4분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76% 성장했다. 지난해 네이버 커머스부문 매출은 37.6% 증가한 1조897억원이다.
반면 신세계그룹 SSG닷컴 거래액은 4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그룹 차원에서 온라인 쇼핑에 집중하고 있지만 스마트 스토어를 앞세운 네이버 대비 상품 SKU(품목수)가 크게 뒤처진다. 다만 오프라인에선 대형마트 선두 업체다.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은 20조원을 넘어선다. 신선식품 등 상품 소싱 경쟁력은 네이버를 압도한다.
양사의 만남은 명분보다 실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는 쿠팡과 아마존과 손잡는 SK 11번가까지 온라인 시장 경쟁이 격화 일로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지분 맞교환으로 혈맹을 맺었듯 판로 확대와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과 이 GIO가 직접 만난 만큼 전략적 사업 제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오픈마켓 분야에서 협력이 점쳐진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입점 업체가 41만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이다. SSG닷컴은 오픈마켓 진출 의지는 밝혔지만 아직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차별화를 위한 고심이 길어지면서 네이버와 협업을 통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두 회사는 이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네이버에 전문점 몰리스펫숍과 센텐스 매장을 열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대형 유통업체가 직영 채널을 개설한 것은 이마트가 처음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경쟁자 플랫폼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온라인 장보기 채널에 주력하고 있는 네이버 역시 이마트의 구매력을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
기술 협력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반 상품 추천 기술인 AI템즈와 쇼핑 데이터 분석툴도 제공한다. 이마트는 무인 매장 등 신 유통 채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와 함께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만남을 두고 네이버 관계자는 “정 부회장과 이 GIO가 만난 것은 맞지만 일상적 비즈니스 미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당장 구체적인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다만 양사 모두 온라인 커머스를 영위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함께 낼 수 있는 포괄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강희석·한성숙 대표도 함께 자리해
-
박준호 기자기사 더보기
-
안호천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