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 핀테크, 저축은행에 걸쳐 총 28개사가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관리업) 본허가를 획득했다. 그동안 스크래핑 방식으로 여러 금융사의 데이터를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조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제는 본허가를 획득한 28개사를 제외하면 스크래핑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본허가를 획득한 이들 28개 마이데이터 기업은 오는 8월 4일까지 표준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구축, 스크래핑 방식을 대체해야 한다. 본허가를 통과한 마이데이터 기업은 대형은행과 빅테크가 주를 이뤘다. 3월에는 보험업권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추가 신청이 시작된다.
금융위원회가 초기에 실시한 마이데이터 허가 관련 사전 수요조사에서 총 116개사가 참여했다. 금융사가 55개(47.4%)로 가장 많았다. 비금융사도 41개(35.3%)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핀테크 기업은 20개(17.2%)사가 수요조사에 참여했다. 마이데이터 본허가 획득에 도전하는 기업이 금융사뿐만 아니라 비금융사에도 상당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마이데이터 표준 API 가이드라인이 완성되지 않았고, 각 기업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며 불거질 수 있는 다양한 법·제도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했다.
통상 마이데이터 서비스 혜택으로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개인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현재 주요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스크래핑 방식을 이용한 개인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카카오, 토스 등이 주요 은행·카드사와 협업해 계좌 현황을 자사 플랫폼에서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현재는 은행 계좌뿐만 아니라 보험, 대출 등으로 서비스 영역이 넓어졌다. 그러나 아직 저축은행, 증권 등 전체 금융권으로 확산하지는 않았다. 개인 신용정보에 최적화해서 카드 신상품 등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만 자사 플랫폼과 제휴한 금융사에 한정돼 있다. 전체 상품 가운데 나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받아 비교하고 싶은 사용자의 요구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 셈이다.
마이데이터 본허가가 이제 막 결정됐고, 아직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실제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시점은 빠르면 올 하반기로 예상된다. 앞으로 마이데이터 기업은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을 예고했다. 데이터를 어떻게 차별화해 상품, 서비스로 고도화할 것인지가 핵심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시작한 개인종합자산관리 서비스는 기본이다. 자사 금융 플랫폼을 금융을 넘어 생활 전반에 걸쳐 애용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다. 같은 금융지주 계열사 간 경쟁도 불가피하다. 마이데이터 본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 시장을 주시하는 잠재 참여사도 많다. 어떤 기업이 어떤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하느냐가 관건이다.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개인화한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이 결국 마이데이터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과 기업에 여러 혜택을 안길 수 있다. 물론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시스템이 선행돼야 가능하다. 다양한 이종산업 간 제휴·협력으로 더 새롭고 편리하면서도 정보 격차는 최소화할 디지털 서비스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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