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e커머스 업계가 요동친다.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전략적 협력까지 대형 이벤트가 줄을 잇는다. 미국 이베이 본사가 이베이코리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쿠팡은 나스닥 진출에 도전한다. 티몬은 연내 e커머스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11번가는 글로벌 최대 e커머스 업체 아마존과 지분투자 협약을 맺고 아마존 서비스를 국내에 선보인다. 내수에서 외형성장에 무게중심을 뒀던 국내 e커머스 업계에 올해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매각 수순 밟는 이베이코리아
미국 이베이 본사가 G마켓과 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추진한다. 이베이는 성명을 통해 “한국 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전략적 대안을 평가, 검토, 타진하는 절차를 개시했다”며 “주주들을 위해 가치를 극대화하고 사업의 미래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년 전부터 제기돼왔던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공식화됐다. 이베이코리아는 업계추산 2019년 거래액이 19조원에 달한다. 같은해 매출액은 1조954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615억원을 기록했다. 이베이 전체 연 매출의 약 11%를 차지한다. 실적도 좋다. 2019년까지 흑자를 유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두자릿수 이상 성장해 16년 연속 흑자를 앞두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까지 쿠팡, 11번가, 위메프, SSG닷컴 등을 제치고 국내 온라인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은 국내 e커머스 시장을 크게 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바로 국내 온라인쇼핑 선두권으로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는 매각가를 5조원 이상으로 제시, 국내외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을 상대로 매수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e커머스 사업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때 높은 몸값으로 매각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아마존과 손잡는 11번가
미국 e커머스 공룡 아마존이 11번가 지분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 구매가 가능해지면 이 역시 국내 e커머스시장 판도를 흔드들 것으로 보인다.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아마존과의 협력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 국내 고객들이 11번가에서 아마존의 상품을 구매하는 독보적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정확한 지분인수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존이 11번가 지분 약 30%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6월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증권가에서는 11번가의 기업 가치를 2조5000억~3조원 수준으로 평가한 바 있다.
아마존 상품 판매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직매입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상품을 쌓아놓을 수 있는 물류센터를 세우고 배송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해외 직구의 단점인 긴 배송 기간, 관세, 환불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
11번가는 아직까지는 아마존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만 밝히고 있다.
◇나스닥 상장 쿠팡...코스닥 상장 티몬
쿠팡은 미국 나스닥으로 진출을 꾀하며 시장을 흔들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상장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쿠팡의 기업 가치를 약 300억달러(약 32조9550원) 이상으로 추산하면서 올 2분기 나스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 e커머스시장에서의 공격적 행보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커머스뿐만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 배달앱인 '쿠팡이츠' 등 신사업 강화로 거대 테크기업으로 변신도 주목된다. 또한 최근 고려대 기술특허를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스마트 물류서비스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2019년 매출 7조원, 영업손실 7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비대면 수혜에 힘입어 매출이 10조원을 넘어 1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실폭은 더 커졌을 전망이다.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방역비로 5000억원 상당을 지출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작년 쿠팡 영업손실 추정치는 1조원 수준이다. 앞서 2019년까지 쿠팡 누적 적자 규모는 3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티몬은 지난해 초 코스닥 상장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같은해 4월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IPO를 목표로 한다. 티몬의 상장 도전은 적자 구조로 상장이 무산됐던 2017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티몬은 2020년 9월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4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조달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ADT캡스 CFO 출신 전인철 부사장을 신임 재무부문장으로 영입하는 등 IPO 작업을 위한 재무 인사를 전진배치했다.
티몬이 IPO에 성공하면 e커머스 업계에서 국내 증시 상장이라는 첫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티몬은 지난해 3월 월 단위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