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상용화되지 않은 40년 전인 1981년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상상해 보자. 개발도상국의 대응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텔레비전을 활용해서 학교 수업을 제한, 대체했을 것이다. 교육방송과 컬러TV가 비로소 보급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좀 더 보편화된 라디오가 주력 매체가 됐을 수도 있다.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위해 우편으로 과제물을 배포하고, 유선전화기도 활용했을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등교수업을 강행하는 시나리오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교육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 있다.
시계를 다시 40년 후인 2021년으로 돌려보자.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전면 원격수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교육 시험을 단행했다. 세계 수준의 인터넷망과 20년 이상 준비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의 경험,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 보급 등 사회 인프라 축적은 원격수업 체제 마련을 위한 토대가 됐다. 어려움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수업은 기존 서비스와 차원을 달리하는 인프라가 필요했다. 공교육을 완전히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든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서비스를 단기간 안에 구축해야 했다. 갑작스러운 원격수업 전환으로 혼란에 빠진 학교 현장을 수습하고, 여건 구비가 안 된 학생 지원 노력도 많이 해야 했다. 원격수업의 빠른 정착과 시행착오 해결은 학교 현장의 헌신과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원격수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도입 당시 대체 불가능한 대안으로 여겨지던 원격수업의 효과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특히 교육 격차 문제는 많은 교사와 학부모가 공감하는 사회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교육 격차 문제는 단지 학습의 양과 질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 대부분이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이 아니라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는 사회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교에 더 많은 것을 기댈 수밖에 없는 소외계층 학생들에 대한 교육 지원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다가오는 신학기에는 등교수업을 확대, 학교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한다. 모두가 기대하는 바일 터다. 그러나 우리 교육이 코로나19 이전 모습으로 회귀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ICT를 활용한 수업을 경험했고, 코로나19 이후 기술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원격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자신이 다녀야 할 학교 모습에 대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학생들은 교사와 학부모보다 원격수업에 대해 긍정 반응을 보이기도 하다.
기술 발전과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미래 학교를 논의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위기 극복의 단기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 가기 위한 지렛대로 기술이 활용돼야 한다. 원격수업은 기술 및 제도로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져야 하며,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데이터 기반 학습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고도화돼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은 사회 각 분야에 조금씩 진보하는 수준이 아니라 혁명과 같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견된다. 학교 교육을 통해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할 새로운 리터러시를 길러 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지만 팬데믹 이후 새로운 교육 체계를 동시에 구상해야 할 시점이다. 기존 교육의 틀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쓰임새를 고려한 기술과 현장의 결합을 극대화할 새로운 상상력 및 실천이 요구된다.
장시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디지털교육정책본부장 sjchang92@keri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