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스마트TV 사업을 시작할 때는 필요에 의해 스타트업을 찾아다녔지만 이젠 지역산업과 연계해 성장성 높은 스타트업을 만들고 키우는 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올해 명실상부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서 역할을 수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경식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급하게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취임 후 2021년 센터를 스타트업 핵심 기관으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어떤 사업에 집중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공부했다.
경북지역 기관 및 기업인, 다양한 산·학 및 연구기관 주요 인사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지역과 관련된 연구기관의 관련 보고서도 탐독했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발굴의 중심이 되기 위해 센터 임직원들과 지속 소통하며 사업 방향도 잡았다.
스타트업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 32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마지막 업무로 2007년부터 스마트TV 사업을 총괄 지휘했다. 그때 실리콘밸리 등 국내외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으면서 관심을 갖게 됐고, 퇴임하면서 '스타트업맵'이라는 저서도 발간했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 퇴임 이후 스타트업이 산업발전에 중요한 축을 맡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왔다”면서 “센터를 통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대가 바뀌었다. 대기업은 경쟁력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갔고, 남은 중소기업은 성장 정체기를 맞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경북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변화와 혁신 없이는 극복해 나갈 수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지역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 50년 동안 대기업에 의존해 성장했던 기억을 버리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지원,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기전자 분야에만 몰입하지 말고 업종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센터의 핵심 역할은 스타트업 발굴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조사한 벤처기업 현황을 보면 전국 벤처기업 3만7000여개 가운데 경북소재 벤처기업은 고작 1600개 밖에 안된다는 점”이라면서 “기존 벤처기업 대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지역은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가진 스타트업을 만들고 키워 제대로 된 강소기업을 배출하면 장기적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 발굴의 핵심사업으로 이 센터장은 대학생 창업 붐 조성과 단계별 지원프로그램 연계를 꼽았다. 이 센터장은 “그동안 진행해 온 대학생 창업경진대회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서 “경북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대학을 직접 방문 우수한 아이디어를 발굴,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대학생 창업 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각자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라면서 “초기와 예비, 성장 프로그램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고, 특히 성장단계 지원프로그램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포스트-지스타'(Post-GStar)라고 이름 붙였다.
이 센터장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경상북도가 추구하는 기업지원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올해는 명실상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