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트북 시장이 요동친다. 비대면 수요 폭발로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점유율 싸움이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선두 다툼도 뜨겁지만, 중위권 업체의 가파른 성장으로 '절대 2강' 구도도 조금씩 약해지는 추세다. 올해 역시 성장세가 이어짐에 따라 업계 점유율 경쟁은 더 뜨거워진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노트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가량 늘어난 51만2849대로 집계된다. 매년 3분기는 30만대 초중반 판매량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비수기에 해당했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 특수로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했다. '집콕족'과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서 노트북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지난해 3분기에는 국내 노트북 업체 전체가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거뒀다. 전년동기 대비 적게는 11%부터 많게는 2000% 이상 성장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시장 2강을 형성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각각 17만5231대, 15만412대를 판매했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각각 30%, 11%다. 2018년까지만 해도 매 분기 1위를 고수했던 LG전자는 2019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가파른 상승세에 밀려 선두를 내줬다. 그러나 두 업체의 분기별 판매량 격차는 1만대 안팎으로 언제든지 순위 변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 기록적인 30만대 판매고를 올리며 연도 총 판매량 기준으로는 선두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가장 뜨거운 곳은 중위권 경쟁이다. 삼성·LG에 국한했던 노트북 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지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 구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절대 2강을 형성하는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이른다. 나머지 10여개 업체가 30% 남짓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초 코로나19 이후 노트북 수요가 대폭 늘면서 상황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중위권 업체가 이를 기회로 포착, 적극 대응하면서 몸집을 크게 늘렸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LG 제품 비중은 전체 63%로 줄었다. 2018년 1분기 83%, 2019년 3분기 71% 등 매분기 70% 이상을 대부분 기록했지만, 지난해 2분기(64%)부터 연속으로 60%대를 보였다.
시장 3위 레노버는 지난해 3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56%나 성장한 5만40대를 판매했다. 뒤를 이어 애플도 4만9836대로 48% 성장을 거뒀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미약했던 업체의 성장이 기록적이다. 지난해 3분기 3만5608대를 판매한 에이수스는 전년동기 대비 146% 성장율을 기록했고, 델테크놀로지스는 177%나 늘어난 1만5315대를 판매했다.
에이수스 관계자는 “과거 특정 기업에 의존했던 소비자가 많은 정보를 습득해 자신이 원하는 사양, 가격에 따라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면서 “시장에서도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데다 외국 노트북 단점으로 지적되던 사후관리(AS) 문제도 업체들이 투자를 강화하면서 극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역시 노트북 수요는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AMD 등 프로세서 업체가 연이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노트북 업계도 이를 탑재한 제품을 대거 쏟아낸다. 업계 대목인 1분기 아카데미 시즌까지 겹치면서 경쟁은 더 뜨겁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노트북 시장을 견인했는데, 올해 상반기까지 이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일반 소비자, 기업, 게임 등 카테고리별 제품이 다양화되고 똑똑한 소비자가 늘면서 브랜드에 국한하지 않고 성능과 가격을 고려한 구매 경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