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훈 피디앤로 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울지식재산센터 기술보호 전문가)
‘클로즈업’ (Close – Up)은 주로 영화, 방송에서 피사체 인물이나 연기의 일부를 확대하여 보여주는 기술을 의미한다. 클로즈업은 주로 영상저작물인 영화와 방송 분야에서 주로 활용된 촬영 기술 용어이나 최근에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의 전형적인 극 장르의 공연 제작 현장에서도 심심찮게 배우의 신체와 연기가 클로즈업되고 있다.
클로즈업뿐만 아니라, AR, VR 등의 첨단 기술 등도 동원되어 공연이 영상물로 저장되고 방송되고 전송되어, 일회성 관람을 넘어 관객들이 공연을 집에서, 인터넷에서, 모바일에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네마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공연의 영상화는 최근 10여 년간 국내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있어 왔으나, 벌써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시국에서 새로운 공연 관객을 찾아 나서기 위해 그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종합예술’ 공연은 다양한 창작자 즉 저작권자가 창작 과정에 참여하여 만드는 종합예술이다. 뮤지컬을 예로 들면 스토리의 원저작권자, 음악 작곡자, 작사자, 극본 작가, 미술, 조명, 무대 구성의 전문 창작자 등의 저작권자, 배우, 가수, 연출자 등의 저작인접권자들이 뮤지컬의 기획 단계부터 무대에 올리기까지 각자의 저작물을 각자의 계약 사항에 따라 뮤지컬에 투입한다.
저작권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뮤지컬과 같은 종합예술 성격의 창작물에 결합저작물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결합저작물이란 수 개의 서로 분리 가능한 저작물이 결합된 형태의 창작물을 말한다. 예를 들면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역사를 같이 묶어 출간한 한국역사책과 같은 저작물을 결합저작물이라 일컫는다.
뮤지컬 공연물이 분리 가능한 형태의 결합저작물이라는 점은 공연에 대한 투자나 공연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뮤지컬 공연 기획제작자 또는 그 회사가 개별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와 계약을 맺어서, 공연물 제작을 위하여 투여된 저작재산권 등 권리를 공연 기획 제작 측으로 몰아주는 일련의 계약 작업을 실행해야 하는 근원적 이유가 된다.
다시 공연의 영상화로 돌아오면, 종합예술 창작물의 저작권 권리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결합저작물 형태의 공연이 DVD, LD, 동영상 파일의 형태를 가진 영상저작물로 법적 성격이 전환된다.
저작권법 제5장은 영상저작물의 특례를 내용으로 하는데, 이에 따르면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자를 다양한 이유에 의해 누군가로 한다는 약정이 없는 이상, 각각의 저작물은 영상저작물과 관련되는 범위 내에서 영상제작자에게 각 저작권이 양도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어떤 영화를 위하여 따로 제작한 OST(Original Sound Track)가 있다면, OST 음악의 제작 당시 음악 작곡자, 작사자에게 저작재산권이 부여되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영화와 관련해서는 영화제작자가 영화 관련 기여된 저작재산권을 양도받는 형태가 된다. 영화 관련 계약업무에서 'chain of title'이라는 작업도 이러한 저작권법상의 규정을 반영하여 영화제작자가 소설이나 웹툰 등의 스토리 원저작권자, 작곡자, 작사자, 대본 작가, 미술 작가 등의 저작권자로부터 영화 관련된 저작물의 권리를 양도받는 일련의 계약 체결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렇듯 공연이 영상이 되었을 때, 공연은 새로운 저작권 질서를 만나게 되고 영상이 된 공연은 공연 무대, 관객을 넘어 새로운 상대방을 만나게 된다. 바로 새로운 플랫폼이다.
여기서 말하는 플랫폼이란 온라인, 지상파 방송, 유료 방송(CATV, IPTV) 등 영상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실어 나르는 미디어(media)를 의미한다. 공연기획제작자들이 영상화된 공연물을 기존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해온 일은 기존에도 있어왔다.
수 십년 동안 기존 방송사들은 공연 영상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클래식 연주, 뮤지컬 공연 현장을 중계차를 동원해 영상물로 제작한 경험을 축적해오고 있었다. 이러한 프로그램 등은 주로 공연의 홍보를 위하여 방송제작진이 공연 자체의 제작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단순히 실황을 중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어서 공연제작측과 방송플랫폼 간의 구체적인 계약을 통한 영상물 제작 방향, 저작권 양도 계약, 수익 정산 구조 등이 자리잡힌 형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OTT(Over The Top)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유튜브, 넷플릭스, 네이버TV, 카카오TV, 웨이브, 티빙 등의 새로운 플랫폼이 주류 미디어의 길을 가고 있는 상황으로 미디어 시장이 전환되어 가면서 이들 새로운 플랫폼은 다양한 오프라인 콘텐츠를 영상화하여 자신의 플랫폼에 탑재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콘텐츠의 대표라 볼 수 있는 무대 공연은 당연히 이들 온라인 플랫폼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일부 공연 기업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기업 인수의 형태로 편입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 산업과 여전히 오프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공연 산업의 관계는 저작재산권 등의 권리 관계에 있어 분명 새로운 양상을 가져오고 있다.
국내외 음악저작권자의 권리를 신탁받아 운용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최근 OTT 기업 등에 음악저작권 사용료를 정상화하여 납부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주로 영상저작물에 삽입된 음악의 저작권 사용료와 관련된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영상콘텐츠 제작사와 계약 당시 음악 등 관련 저작권이 해결된 것을 전제로 하였기 때문에 영상콘텐츠 구매 계약에서 이미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음악 저작권료를 다시 음악저작권자 단체에 지급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비디오테이프, DVD 등의 형태로 영상물 유통을 해온 업체들이 필요한 경우 음악저작권자와 비디오그램(videogram) 계약을 맺었는데 이러한 관행이 이제 글로벌한 온라인 미디어가 주류가 되는 상황에서 한층 현실화되고 구체화된 계약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 라이선스(license, 이용허락) 계약 환경의 변화는 음악저작권 활용이 필수적인 공연영상물이 온라인 플랫폼을 만날 때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다.
그리고 공연영상물이 만날 수 있는 저작권법 관련 이슈로 온라인 방송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 주장할 수 있는 저작인접권이 있다.
일반적으로 저작인접권은 직접 창작을 하지는 않지만 저작권자의 창작활동에 기여한 대가로 가수, 연기자 등의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 등에 주어진다. 음반제작자가 녹음한 음반, 음원에 대한 마스터권(Mastering Rights)을 가지듯이, 방송사업자도 카메라 등 방송영상 장비를 활용해 촬영하고 동영상 파일, DVD, 방송테이프 등의 매체에 녹화된 영상물에 대한 저작인접권을 주장할 수 있다.
저작인접권은 기존 방송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아 왔지만, 앞서 언급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운영하는 방송사업에서는 자신들의 권리로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연영상물을 기획 제작하고 온라인 유통을 계획한다면 저작인접권 이슈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
저작권이나 저작인접권 이슈 이외에도, 온라인 정보통신망에 공연영상물을 업로드하여 수익을 창출할 사업계획을 가진 개인, 기업이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Korea Media Rating Board)에 신청하여 영상물에 관한 비디오물 등급분류를 받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는 점, 공연영상물에 담긴 인물에 관련된 초상권, 퍼블리시티권 이슈 등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는 점 등이 있다.
공연이 영상이 되었을 때 만나는 새로운 이슈들에 대해 이제는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행에 그치지 않는 시의적절하고 공정한 계약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