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가 타결되면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으로 위축된 양국 간 문화콘텐츠 교류 등이 정상화될 수 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라 불거진 한중 양국 간 갈등에 피해를 봤던 우리 산업계에도 순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6일 정상통화에서 한중FTA 2단계(서비스. 투자) 협상 서두르자는데 의견을 일치했다.
한중 FTA 2단계는 양국이 지난 2015년 12월 한중 FTA를 발효하면서 2년 이내에 서비스·투자 분야 추가 시장개방을 위한 2단계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규정하면서 시작됐다. 사드배치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며 멈춰 섰던 FTA 2단계는 문 대통령이 취임하고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추진됐다. 양국 정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9차례 후속 협상을 진행하며 구체화를 진행 중이다.
핵심은 문화콘텐츠와 의료, 관광, 법률, 정보기술(IT),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한 단계 더 높은 개방이다. 관련 산업계 기대감도 크다. 한한령으로 위축된 중국 내 한류 바람도 거세질 수 있다. FTA 2단계가 성사되면 한한령 해제와 함께 중국 내 한류와 시너지를 내 관련 산업계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포지티브 방식(원칙적으로 개방하지 않고 명문화한 몇 가지 항목만 개방)이 서비스·투자 부문을 네거티브 방식(원칙적으로 모든 분야를 개방하되 명문화한 일부 항목은 개방하지 않음)으로 바꾸는 부분이다. 예컨대 현재는 국내 여행사가 한국 방문을 희망하는 중국 관광객을 모집할 때 중국 내 여행사를 통해 모집해야 한다. FTA 2단계가 발효되면 우리 여행기업이 중국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관광객을 모집할 수 있게 된다.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 진출을 할 때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정치적 이유 등으로 타격을 덜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IT 업계 역시 기대감이 높다. 중국 내 음원, 동영상 서비스 등에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FTA 2단계가 발효되면 다른 세계적인 기업보다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 여부다. FTA 2단계 협상과 한한령 해제 모두 시 주석 방한이 키를 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 정상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의견을 일치했다”면서도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고 어느정도 안정화가 돼야 (시 주석의) 방한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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