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2021년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애플이 1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점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50위권(49위)에 오른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순위보다 포천이 2004년부터 매년 발표한 '존경받는 기업 순위'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권위 있는 리스트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중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천이 '존경'을 수치화하는 항목은 혁신, 인사관리, 자산 활용, 사회적 책임, 품질관리, 재정 건전성, 장기투자, 글로벌 경쟁력, 제품·서비스 품질 등 9개다. 기업 본연의 목적이 이윤추구라는 점에서 보면 비즈니스 성숙도와 혁신 추구가 '존경'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반면 사회성·도덕성 관점으로 바라보면 존경을 담을 평가 항목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시대가 변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소비자가 기업에 바라는 가치도 변모하고 있다. 본연의 이윤추구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개선할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뿌리 깊은 재벌 구조의 폐해를 해소하고 기업 윤리 활동을 강조하기도 한다.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지만 대기업이 앞 다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내세운 것에도 이 같은 변화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50위권에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내 대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좀 더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의 ESG 경영이 아니라 기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현실에 맞는 내재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대기업들은 총수의 뇌물·횡령이나 경영권 편법 승계 등 수많은 스캔들을 양산해 왔다. 포천이 제시한 항목으로는 존경을 받을 만했을지 몰라도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충실히 이행해서 진정으로 존경을 받을 만한 기업인지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내 대기업도 시대가 요구하는 사항을 잘 읽을 필요가 있다. 기업이 진정 존경이라는 가치를 얻을 유일한 방법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