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에서 맞붙는다. 내달 나란히 출시를 앞둔 두 업체는 서로 자사 제품 우수성을 강조하면서도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며, 직접 대결 구도는 피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성장 잠재력이 큰 미니 LED TV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정면 대결은 불가피하다.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질 판매가격 설정부터 마케팅, 유통 등 초기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베일 벗은 삼성-LG 미니 LED TV 출격 '카운트다운'
미니 LED TV는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 주변에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 LED를 촘촘하게 넣은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제품이다. 기존 LCD 단점인 명암비를 크게 개선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미니 LED TV는 비슷한 시기에 공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한발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온라인 기술 간담회에서 첫 미니 LED TV 제품인 'QNED TV'를 선보였다. 신기술인 '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와 LCD TV 대비 광원 크기가 10분의 1인 미니 LED를 탑재한 것을 내세웠다.
약 일주일 뒤 삼성전자도 TV 신제품 출시 행사 '삼성 퍼스트 룩 2021'에서 첫 미니 LED TV인 '네오 QLED TV'를 소개했다. 기존 백라이트로 쓰던 LED 소자 대비 40분의 1 크기를 구현해 더 많은 소자를 배치한 점, '퀀텀 매트릭스 테크놀로지'로 퀀텀 미니 LED 밝기를 12비트까지 세밀하게 조정한 점을 강조했다. QLED TV를 뛰어넘는 완벽한 화질과 명암비로 최고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1'에서도 양사는 미니 LED TV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온라인 전시회 한계로 흥행에는 아쉬웠지만, 서로 기술 우위를 내세우는 데 집중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이 CNN, 디지털 트렌드, 엔가젯, 씨넷, 와이어드 등에서 '최고 혁신 제품'으로 선정됐다며 기선제압을 했다. 이에 LG전자도 LCD TV를 넘어 올레드 TV 수준 품질을 강조하며 기술우위를 자신했다.
◇삼성 '초'프리미엄 라인업 설정, LG 올레드 겨냥
삼성전자는 네오 QLED TV를 기존 프리미엄 라인업 QLED TV보다 한 단계 높은 '초프리미엄' 라인업에 배치했다. 시장에서는 미니 LED TV를 LCD TV 한 종류로 보지만, 기존 QLED TV보다 획기적 성능 개선에 성공했다며 최상위 모델로 설정했음을 강조했다. 기존 퀀텀 매트릭스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반 '네오 퀀텀 프로세서 탑재'로 업계 최고 수준 화질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네오 QLED TV를 기존 QLED를 뛰어넘는 초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정의함에 따라 경쟁 제품도 타사 미니 LED TV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즉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는 LG전자 미니 LED TV 'QNED TV'가 아닌 최상위 라인업 '올레드 TV'라는 것이다.
세계 TV 시장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은 QLED TV다. 누적 판매량만 800만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화질만큼은 LG전자 올레드 TV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QLED TV가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했지만, 타사 올레드 TV를 압도할 수 있는지에 내부 고민이 많았다”면서 “같은 미니 LED TV라고 하지만 네오 QLED TV는 QLED를 넘어 올레드 TV까지 압도할 수 있는 위너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제품 출시 후 네오 QLED TV를 시장 5%에 해당하는 초프리미엄 영역에 전진 배치해 LG전자 올레드 TV와 경쟁시킬 예정이다. 기존 프리미엄 제품인 QLED TV는 LG전자의 미니 LED TV 'QNED TV'를 상대해 신제품 출시 효과를 억누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LG “미니 LED TV는 어찌됐든 LCD”…기술 우위 자신
LG전자는 미니 LED TV 'QNED TV'를 소개하면서 'LCD TV'의 한 갈래라고 명확히 규정한다. 삼성전자가 네오 QLED TV를 LCD TV와는 다른 차원으로 설명하지만, LG전자는 '올레드 수준 LCD TV'로 선을 긋는다. 즉 최상위 모델로 올레드 TV를 놓고 LCD TV 라인업 '나노셀 TV' 사이에 QNED TV를 배치한 것이다. 이는 LG전자가 TV 사업에서 주력하는 제품군은 여전히 '올레드 TV'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LG전자 관계자는 “미니 LED TV는 LCD TV의 한 종류로, 사실 하드웨어(HW) 측면에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은 아니다”면서 “나노셀과 퀀텀닷 기술을 접목한 퀀텀 나노셀 컬러 테크놀로지와 로컬디밍 구역, 백라이트 화면분할 구동 세분화 등 독자 기술로 차별화를 구현한 게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력만큼은 삼성전자 초프리미엄 제품인 네오 QLED TV에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경쟁 제품은 QLED TV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시장 규모가 가장 큰 LCD TV 부문에서 강화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삼성전자 QLED TV 점유율을 빼앗고, 나노셀 TV가 뒤를 바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니 LED TV 시장 성장 잠재력은 높다. 시장에 확고한 선두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LG전자가 QNED TV로 대응을 하지만 전력을 기울이는 곳은 여전히 자발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인 '올레드 TV'다.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LCD TV보다는 올레드 TV가 미래가치가 더 높다는 판단이다. 올레드와 미니 LED의 기술·화질 차이를 분명히 한 점, 올 초 올레드 TV 모델을 기존 4개에서 7개로 확대한 점 등은 LG전자의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삼성-LG “성장 동력 확신”, 가격이 관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늦어도 내달 미니 LED TV를 나란히 출시하며 시장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양사는 미니 LED TV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임을 감안해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지난달 말 실적 발표에서도 양사는 나란히 올해 가전 사업 성장 동력으로 미니 LED TV를 꼽기도 했다.
관건은 가격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네오 QLED TV를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설정한 만큼 기존 프리미엄 제품 QLED TV보다는 높은 가격에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공격적 가격정책을 들고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QLED TV와 카니발리제이션(신제품의 기존 주력상품 시장 잠식)이 발생할 우려도 있어 고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외신에 공개된 삼성전자 네오 QLED TV 예상 가격에서도 수요가 많은 4K 50~55형 제품은 QLED TV와 가격 차이를 크게 했지만, 8K 60~85형 제품은 오히려 저렴하게 출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LG전자도 공격적 가격 정책을 예고했다. 세부 가격정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8K 제품은 기존 올레드 TV 가격의 절반 이하로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화면·고화질 제품일수록 기존 프리미엄 제품군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해 접근성을 높인다. 반면 수요가 높은 4K 50~55형 제품은 비싸게 판매해 시장을 넓힌다는 전략은 양사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카니발리제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레드 TV와 QNED TV는 수요가 명확히 다른 시장이라며, 가격과 전략도 다른 만큼 내부 경쟁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