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내 인슈어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제언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로 세계는 보건의료 영역 위험관리 시스템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구조를 포함하는 사는 방식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스몰티켓 역시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 플랫폼과 긱 이코노미의 급격한 쏠림으로 보험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인슈어테크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가 특히 주목 대상이다.

지난 2016년 스몰티켓 설립 당시만 해도 국내 보험 산업에서 '인슈어테크'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다. 사업 제휴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치면 쏟아지는 피드백은 '가능하냐'라는 질문이 부지기수였다. 태생이 규제 산업인 보험 시장에서, 그것도 보수성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인식되는 한국에서 과연 인슈어테크 기반 혁신이 가능하고 본질상 성장으로 이어질지 회의 시각이 팽배했다.

그리고 상당 기간 인슈어테크는 보험회사의 온라인 판매대리점 또는 온라인 마케팅대행사 정도로 인식됐다. 그 사이에 스몰티켓을 포함한 많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은 창업 의도와 다른 생존의 길을 걷기도 했다. 현재도 국내 인슈어테크는 가격 비교나 상품 추천 등 채널 영역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보험 산업 혁신은 '업의 본질'인 상품과 서비스 이용 방식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새 창출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2019년 온디맨드 시간제 이륜차 보험을 시장에 소개하는 과정도 어려움이 많았다. 이륜차 시장에 대해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해 상품 개발이나 프로세스 설계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속에서 배달 시장 성장 가속화와 긱 워킹 보편화는 시장 안에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존 체제를 뒤엎는 혁신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더 강하게 다지게 했다.

최근 모빌리티·자율주행·플랫폼 시장은 위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선 상품과 인슈어테크, 플랫폼 서비스 결합이 필수다. 다만 보험사 트랜스포메니션 없이 이를 결합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국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역할은 유통채널을 넘어 트랜스포메이션 파트너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의 최근 발표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성장률 둔화와 불확실성에도 지난해 2분기 인슈어테크 투자는 약 2조원에 달해 오히려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트래픽과 고객 경험 관련 경쟁우위에 있는 빅테크의 채널 진입 및 구매 비율 상승이 지속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사,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의 협업 전략이 확대된 이유로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험사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은 경쟁이나 채널 관계보다는 공생에서 이어지는 혁신을 함께하는 파트너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 진입이 가시화된 국내 경쟁 환경도 그렇지만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된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개척에서도 인슈어테크 스타트업과 보험사의 협업 전략은 현재진행형이자 국내 보험 산업의 구조 혁신을 가속하는 중요한 촉매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올 한 해 비단 스몰티켓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슈어테크 스타트업과 보험사 간 활발한 논의가 열리길 기대한다.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 jekim@smalltick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