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대면 수요로 뜨거웠던 국내 PC시장에서 데스크톱은 공공조달부문에서 유독 차가운 한 해를 맞았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이 확산되면서 공공기관 도입은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중소 PC업계 대부분이 공공조달에 의존하는 구조라 시름이 깊어진다.
7일 조달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공공기관이 구매한 데스크톱 규모는 중앙조달 기준 3만3681개 사업 3430억원가량이다. 2019년 4만3014건 4999억원과 비교해 구매비용은 약 31.3%나 줄었다.
지난해 공급 규모는 최근 5년 내 최저다. 2015년 공공조달 데스크톱 시장 규모는 2722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6년 3742억원, 2017년 3926억원으로 연이어 늘었다. 2018년 3460억원으로 주춤하다 2019년 4999억원으로 44%나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시장이 침체됐다.
PC시장은 기본적으로 신규 수요도 있지만, 신제품 출시나 노후 장비 교체 수요 등에 따라 시장 규모가 상당 부분 결정된다. 특히 공공기관은 자체 규정을 세워 PC 교체를 진행해 연도별 공급 규모가 차이가 날 수 있다.
지난해는 2019년 윈도10 마이그레이션 영향 등 교체 수요가 집중돼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적었다. 다만 일부 군부대 데스크톱 교체와 디지털 뉴딜 정책에 따른 노후 PC 교체 등 굵직한 사업이 예정돼 조금의 기대는 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민간수요를 이끌었으나, 공공조달 시장에서는 '독'으로 작용했다. 민간 영역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이 확산되면서 노트북뿐 아니라 데스크톱도 구매 수요가 폭발했다. 반대로 공공 부문은 가정에서 근무, 교육이 이뤄져 신규 구매나 장비 교체 수요가 대폭 줄었다.
실제 한국IDC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데스크톱 출하량은 179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증가했다. 특히 민간 부문에서는 3분기에만 가정용 데스크톱이 전년 동기 대비 103.5%나 증가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PC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수요 확대로 노트북, 냉장고, TV 등 가전 구매가 대폭 늘었지만 데스크톱만큼은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데스크톱이 노트북으로 바뀌는 추세지만 상대적으로 수요가 꾸준했던 공공조달 시장마저 위축된 건 업계에 큰 위기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공공 조달시장에서 데스크톱 품목은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 중소 PC업체만 납품할 수 있다. 민간 영역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 60% 이상을 점유하고, 나머지를 외국계 기업 중심으로 나눠 가지는 상황이다.
중소 PC업체는 사실상 공공 조달시장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수요 감소는 타격이 크다. 특히 민간에 이어 공공부문도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구매를 전환해 수요가 준 상황에서 코로나19 부정적 영향까지 겹쳤다. 정부는 올해 공공 조달 데스크톱 구매 수요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PC업계 관계자는 “데스크톱 수요가 많은 교육 분야도 노트북을 이용한 비대면 교육이나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전망이 밝지 않다”면서 “노트북 전환 추세에 맞춰 제품 등록을 준비하지만, 노트북은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이 아니라 대기업, 외국계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2020년 공공 조달시장 데스크톱 공급 현황(자료: 조달청 나라장터)>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