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매도 재개, 신뢰 회복이 먼저다

[기자수첩]공매도 재개, 신뢰 회복이 먼저다

새해 벽두부터 주식 공매도 논쟁이 증권가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 3월부터 1년여 동안 중단된 공매도가 재개될지 여부가 투자자들에게 초유의 관심사였다. 현 국내 공매도 제도는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조성돼 있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공매도를 이용해 주가 하락에 베팅할 때 개미가 같은 포지션을 잡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현실상 어렵다.

금융 당국은 지난 3일 금융위원회 임시회의에서 다소 어정쩡한 결론을 냈다. 공매도 제한 조치를 시장 조치가 종료되는 오는 3월 이후로 재연장하면서도 5월부터 대형주 중심으로 부분 재개하기로 했다. 원칙은 공매도 재개로 가닥을 잡았지만 전산 준비 기간과 시장 충격을 우려해 여유를 뒀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이라는 비판이 많다.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주려면 확실한 개선 방안을 내놓고 애초 계획처럼 3월에 공매도를 재개하거나 준비 부족을 인정하고 이전처럼 6개월 단위로 시장 조치를 연장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조치라는 음모론이 도는 이유도 이번 결정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는 이를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금융 당국의 발표 이튿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3.13포인트(1.35%) 하락한 3087.55에 장을 마감했다. 공매도 재개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장기 보유 종목 수요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자본시장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공매도 반대 여론이 거세다. 최근 헤지펀드 공매도 세력과 개미가 한판 붙은 게임스톱 사태가 대표적이다. 해당 사태가 사실상 개미의 패배로 마무리되면서 공매도 비판 여론이 더욱 증폭됐다. 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가 게임스톱 종목 거래를 제한한 것이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개미는 로빈후드가 공매도로 큰 손실을 본 헤지펀드를 일부러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증권사와 공매도 세력의 결탁 의혹은 무수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를 불식하고 개미에게 신뢰를 찾아줄 근본 대책이 부족하다.

더욱이 국내 증권업계는 불법 공매도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수기 입력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금융 당국의 발표에서도 이를 개선할 전산시스템 의무화는 빠졌다. 개미의 공매도 반대 여론을 단순한 감정 대응으로 보는 것은 일차원 해석이다. 바닥에는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