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규제기관 전문성 바탕으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해야

방송통신규제기관 전문성 바탕으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해야

구글과 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디지털콘텐츠를 넘어 실물거래 관문까지 장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플랫폼 '갑질'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동시에 추진, 일각에선 중복규제를 우려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가는 방송통신 시장 특수성과 글로벌 사례를 감안할 때 방송통신 전문규제기관인 방통위가 제도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당과 정부가 본격적인 정책 조율에 앞서 ICT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EU·일본·미국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 견제 본격화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본부장은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 토론회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글로벌 규제 동향을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와 기업, 소비자와 소비자, 기업과 기업 등 이용자를 중개하는 '게이트 키퍼' 역할로, 시장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한편, 인접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게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거대 플랫폼 기업 영향력 확대 과정에서 검색 조작, 불공정 약관 등 이용자 피해가 확산되자 주요국이 불공정을 차단하기 위한 입법 논의를 본격화했다고 소개했다.

EU는 2019년 플랫폼공정성 투명성 규칙을 제정한 이후 지난해 디지털시장법과 디지털서비스법을 발의했다. EU 규칙과 법률 개정(안)은 앱마켓 오픈마켓,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대상으로 일방적 거래조건 변경을 금지하고, 검색 결과에 대한 순위 부여를 불합리하다고 규정했다. 소비자와 이용사업자에 통보하지 않은 일방적 콘텐츠 삭제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일본은 지난해 '특정 디지털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매출액, 이용자 수가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거래기준, 검색순위 결정 기준 등을 공개하고, 이용자에 대한 손실부과와 온라인마켓 이용 제한 등을 금지한다.

◇EU·일본, 전문 규제기관이 플랫폼 규제

미국의 경우 하원 의회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GAFA)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고 구조 분리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 갑질을 세계적으로 묵과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김 본부장은 “한국도 EU, 일본 등 주요국의 입법 사례를 참고해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한 특별법을 제정, 인터넷 생태계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 권익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로 규정했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업자 위주 규제체계로,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규범 구체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을 전제로 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실제 EU와 일본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관장하기 위한 법률을 특별법 형태로 제정했다. 전문 규제기관에게 운영을 맡기는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EU의 경우 우리나라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산하 정보통신총국이 온라인플랫폼 기업 정책을 담당한다. 일본은 통신 규제 기관인 총무성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전담하도록 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도 방통위라는 방송통신 전문규제 기관이 있다”며 “일본과 EU가 전문 규제기관에게 규제를 맡긴 것은 재량권을 주는 동시에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정부·국회 조정 논의 본격화할 듯

김 본부장은 방통위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시장에 대한 세심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법률(안)은 이용자 100만명 이상, 이용자 500만명 이상 등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에 대해 차등 규제를 적용, 스타트업 혁신을 보호하도록 했다. 역외규정을 통해 글로벌 사업자를 동등하게 규율한다. 기업간 거래 관계를 중심으로 규율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달리 다양한 일반 이용자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서비스 이용자에게 약관 등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도록 하고, 약관을 방통위에 신고하도록 했다. 플랫폼 분쟁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합리적인 과징금 등 부과 규정도 마련했다.

김 본부장은 “방송통신규제 싱크탱크 역할인 방통위가 전문규제 기관으로서 규제를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 업체를 상대로 갑질 등 불공정 행위를 하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정위 법률(안)은 방통위와 내용이 유사하고 전기통신사업법과 이중규제 논란을 빚고 있다.

방통위와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갈등을 두고 여당은 본격적인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유동수 정무위원장과 가까운 시일 내 만나 양대 법안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며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고 공정시장경제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