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리포트]마이데이터 20조 시장, 선점 경쟁 가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우리은행 등 28개사에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내주며 시장 경쟁의 막이 올랐다. 본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종 본허가 사업자는 우리·신한·농협·국민·SC제일은행 등 은행 5개사와 국민카드·우리카드·신한카드·현대카드·BC카드·현대캐피탈 등 6개 여전사, 네이버파이낸셜·민앤지·보맵·비바리퍼블리카·뱅크샐러드·쿠콘·팀윙크·핀다·핀테크·한국금융솔루션·한국신용데이터·해빗팩토리·NHN페이코·SK플래닛 등 핀테크 14개사, 미래에셋대우, 농협중앙회, 웰컴저축은행 등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 및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 = 게티이미지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 및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 = 게티이미지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개인이 본인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 및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금융 데이터 주인을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으로 정의하는 개념이다. 사용자는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 기존 금융사는 물론 관공서, 병원 등에 흩어져 있던 개인신용정보 데이터를 한 데 모아 신용관리나 자산관리, 건강관리 등 개인 생활에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마이데이터를 통하면 분산돼 있는 개인 금융거래 등 정보를 통합해 가독성이 높은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고 이렇게 제공받은 데이터를 통해 재무현황 분석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신용관리와 정보관리 및 최적화된 금융상품 정보 제공과 추천도 받을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고객에게 데이터 주도권을 주는 반면에 기업에는 다양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19조원 수준으로 마이데이터 시장 개막 등에 따라 2023년에는 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협업으로 통합자산관리'

은행은 계좌거래 내역, 대출 잔액, 금리·이자 등의 다양한 금융자산 현황 등을 분석해 저축·재테크 방안 안내 등을 통한 자산을 형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핀테크 또는 정보기술(IT) 기업 등 이종 기업과 협업도 활발하다.

우선 우리은행은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화 자산관리서비스와 이종 업종 간 연계를 통한 종합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KT와 금융-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오는 8월부터 마이데이터사업자용과 정보제공자용 인프라를 구축해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발·시행한다는 전략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과 핀테크사 데이터를 결합한 생활밀착형 서비스 제공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본허가 발표 이후 기존 자산·지출관리 애플리케이션 'KB마이머니'에 마이데이터를 적용한 '신용관리서비스'와 '자동차관리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마이(MY)자산'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자산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부동산, 연금 등 금융데이터를 활용해 모든 금융자산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로, 지난해 10월부터 스크래핑 방식을 이용한 유사 마이데이터 방식으로 신한 모바일 앱 '쏠(SOL)'에서 제공해 왔다.

신한은행은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를 활용해 기존 스크래핑 대비 더 다양한 업계의 정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신한 상품만이 아닌 전 금융기관 상품 정보를 정비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 마이자산 서비스를 '종합 금융상품 솔루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자산과 부채뿐만 아니라 부동산, 연금, 현금영수증 등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비대면 종합자산관리(PFM) 서비스 'NH자산+' 등을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진행한다. 또 '제공·수집 플랫폼'과 전행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력 확보를 위한 '서비스 플랫폼'을 오는 11월을 목표로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7월 마이데이터 사업전담부서인 데이터사업부와 개인종합자산관리셀(Cell)을 신설하기도 했다.

◇카드사 '금융 종합서비스 제공'

카드업계는 가격 수수료율 재산정, 빅테크 시장 진입 등 업계 불안정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다. 따라서 마이데이터 시장은 생존을 위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절호 기회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데이터 전문 기업과 협업하는 등 사전 준비에 공을 들였다. 이들은 마이데이터를 통해 기존에 시행하고 있던 유사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궁극적으로는 카드 이용은 물론 대출, 자산관리를 연동하는 등 금융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두고 있다.

신한카드는 '신한 My리포트(마이리포트)'를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해 현재 200만명 이상 사용자를 확보했다. 마이리포트는 소비 내역을 카테고리, 기간, 유형별로 분석한 리포트를 제공하고 정기 월납 현황이나 신용도 변동도 알려주는 등 마이데이터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맞춤서비스와 비금융 혜택까지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기존 카드업과 금융 영역을 넘어 '라이프&파이낸스' 플랫폼으로 진화한다”고 밝혔다.

리브메이트 3.0
리브메이트 3.0

KB국민카드는 자사 모바일 앱 '리브 메이트(Liiv Mate)'를 마이데이터 특화 플랫폼인 '리브 메이트 3.0'으로 전면 개편했다. KB국민카드는 고객의 자산을 키우는 '자산살림청'을 모토로 소비 패턴에 맞는 혜택을 연결해서 알려주고 금융자산 현황과 소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 조언하는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시대에 대비해 콘텐츠 확대와 다양한 데이터 조합으로, 새로운 금융 경험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기존 서비스 방향성은 유지하면서 가장 편리하고 더 많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출시한 '현대카드 앱 3.0'을 통해 소비케어, 추천, 3F, 금융사기 방지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현재 앱을 통해 은행계좌 및 카드소비 지출내역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통신과 유통, 의료 분야 등 고객 라이프 관리와 결제서비스까지 통합한 종합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비씨카드는 디지털 결제 플랫폼 '페이북' 덕을 많이 볼 것으로 보인다. 페이북은 2017년 비씨카드의 온·오프라인 결제시스템으로 론칭된 간편결제 앱으로 누적 고객수가 1000만명이 넘고 월 평균 결제액도 1조원이 넘는다. 비씨카드는 페이북이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주도권을 잡는다.

삼성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삼성생명의 금융감독원 기관경고 중징계와 하나금융지주 국정농단 사태로 대주주적격성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본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마이데이터 유사사업이었던 '내 자산조회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카드사 중 1차 신청을 하지 않았던 롯데카드는 2차 사업자 신청에 참여할 예정이다.

◇핀테크 '마이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구축'

핀테크 기업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업권의 금융상품 및 정보를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하거나 개인의 정보권리 행사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쿠콘의 AOI 스토어
쿠콘의 AOI 스토어

기업 비즈니스에 필요한 정보를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 쿠콘은 핀다, 코스콤, 보맵과 잇따라 사업협력을 체결하며 마이데이터 시대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12월 대출 한도 및 금리 조회 관련 특허를 취득해 개인 맞춤형 대출 조회·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쿠콘은 개인 고객을 위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외에도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상품 4종'을 출시했다. 상품은 마이데이터 수집·마이데이터 제공·마이데이터 서비스 제휴·금융상품 정보 연계 등이며 쿠콘은 이를 플랫폼 형태로 제공한다. 쿠콘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데이터 보유기관,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 기업 등 많은 주체가 쿠콘을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관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NHN페이코는 기존 '페이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표준 API 방식을 적용해 모든 금융기관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고 통합 조회, 신용 관리, 금융 추천 등 주요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또 페이코와 다른 간편결제 이용내역, 충전금 잔액 등도 페이코 앱에서 조회할 수 있게 하고, 신용관리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수요가 많은 2030세대가 신용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마이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SK플래닛은 마이데이터를 통해 모바일 지갑 '시럽 월렛'서 제공 중인 금융서비스 등을 고도화한다. 시럽 월렛은 고객 데이터 기반 금융 자산관리 및 방대한 비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스코어, 금융서비스와 결제 데이터 기반 마일리지 적립 및 할인, 구매행태 분석 기반 광고상품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커머스와 금융을 결합시킨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허가 전 마이데이터 선구자로서 큰 관심을 받아 왔던 카카오는 카드사들과 마찬가지로 대주주적격성 부적합으로 허가를 받는 데 실패해 카카오페이에서 서비스해 오고 있던 마이데이터 기능을 정지시켰다.

본허가를 받은 기업이 일제히 사업을 진행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은행, 여전, 핀테크 등 분야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는 만큼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만 현재는 마이데이터 사업 자체가 초기 단계라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하거나 미래를 위한 시스템 구축 정도가 한계다. 과연 누가 먼저 혁신 서비스와 기술로 고객 마음을 훔쳐 대박을 낼 수 있을까. 시장 선점 경쟁이 뜨겁다.

이호 넥스트데일리 기자 dlghcap@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