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석탄발전만 하던 시절에 오일쇼크를 겪고 천연가스를 도입했습니다. 그때 가스산업을 선제 육성하면서 가스인프라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췄습니다. 수소 산업도 우리가 선점하길 기대합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나라가 향후 수소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실제 우리 정부는 수소경제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해는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2.0)을 제시, 그린수소·액화수소 구축 방안 등을 마련한다.
수소에너지는 현재 가치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에너지원'으로 분류된다. 물을 전기분해해 쉽게 제조할 수 있고, 태양광·풍력과는 달리 가스·액체 형태로의 수송 및 운반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향후 세계 에너지 패권은 석유에서 수소로 바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 달리 수소에너지 경제성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수소를 친환경 에너지로 활용하려면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활용해야 하지만 그린수소 생산 효율이 아직 그리 높지 않다. 수소 전문가는 “독일과 일본 등 글로벌 수소 생산 회사도 수전해 효율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곳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수소에너지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부가 수소충전소를 적극 구축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기피하고, 인·허가 과정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으로 부품 공급이 부족한 수소충전소를 무리하게 구축하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부품을 수급할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지원과 함께 수소에너지의 장·단점을 예리하게 판단하는 '호시(虎視)'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수소 관련 기술이 성숙하면 연관 산업도 급성장할 수 있지만 기술 개발이 진척되지 않은 때도 대비해야 한다. 또 현 시점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그린수소에 의존하기보다 그레이수소나 블루수소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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