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권 스타트업 투자 확대 환영

올해 금융권의 스타트업·벤처 투자 규모가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본지가 국내 주요 금융지주 등 대표 금융사의 올해와 국책은행의 2021년 스타트업 직간접 투자 규모를 집계한 결과다. 각 금융 계열사가 직접 투자하거나 벤처투자 계열사가 집행하는 금액까지 더해지면 전체 금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스타트업 투자 확대는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그동안 다른 업종에 비해 변화가 적은 보수적인 업종의 새로운 혁신 시도가 될 수 있다. 큰 위험 부담 없이 막대한 이익을 내는 금융권의 이익을 다양한 신생 산업 생태계로 확대 적용한다는 점도 있다.

우리나라 금융권은 변곡점에 서 있다. 핀테크로 대표되는 금융의 변화 물결은 계속 커지고 있다. 해외에선 투자은행(IB) 개념이 확대되면서 치열한 서비스와 수익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시중은행은 여전히 위험 없는 예대마진 위주의 저위험 사업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짙다.

우리 금융권이 글로벌 금융사와 유사한 지위에서 직접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은 필수다. 금융권이 테크 중심의 스타트업·벤처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이런 점에서 새로운 접점을 만들 기회다.

[사설]금융권 스타트업 투자 확대 환영

보수적인 금융권이 기술로 독자 생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중장기로는 직접투자와 인수합병(M&A)까지 이뤄 가면서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을 이뤄 낸다면 좋겠다.

금융권의 스타트업 투자에는 다분히 상생·사회공헌 개념도 작동한다. 창업기업·중소기업 생태계를 두텁게 하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금융권의 스타트업 투자 확대는 바람직하다. 다만 금융권 투자에서도 '옥석 가리기'는 필수다. 자금은 유망기업·우수기술에 집중될 때 효과를 발휘한다. 사회공헌 차원이라는 명분만 내세워서 자금을 흩뿌리는 식이라면 오히려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