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시해 100주기를 맞아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선을 보였던 뮤지컬 '명성황후'가 25주년을 맞이해 다시금 같은 장소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3월 7일까지의 남은 공연에 대한 티켓 예매가 금일 오후 한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2011년까지는 매년 무대에 올려졌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후 2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가 2015년에 있었고 2018년에는 무려 20연을 기념하는 일정으로 열렸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뮤지컬 '명성황후'는 주인공 왕비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에 따라 캐릭터가 너무 미화되었다는 의견들이 거론되면서 역사를 왜곡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예전만큼의 큰 인기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25주년을 기념하여 뮤지컬 '명성황후'가 무대에 올려진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상당한 우려가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수선한 요즘 시국 인터라 그 걱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25주년 기념 공연은 원래 1월 6일 개막될 예정에 있었고 지난 11월 11일부터 티켓 예매가 시작되었으나 당시 상황이 좋지 않아 개막일이 연기되었다. 1월 19일 개막 당시에도 준비한 회차를 모두 오픈하지 못하고 단 3회의 공연만을 프리뷰라는 명목하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저러한 고비를 넘기고 본래 폐막일인 2월 26일보다 열흘 정도 늘어난 3월 7일까지 무대에 올려진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 작품 하나를 준비하는데 얼마만큼의 노력과 자원이 들어가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왜곡이나 캐릭터의 미화에 대한 의견도 그렇다. '명성황후'는 2001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고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24회를 연장해 124부작의 대하드라마로 남았다. 물론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시 삼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작품을 보지도 않고 비난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사실 여부나 역사적 고증에 대한 판단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작품성의 가치를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현재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뮤지컬 '명성황후'는 25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고 달라져있다. 무엇보다 큰 무대 위에서 수많은 배우들의 열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함으로 느껴졌다.
보다 화려하고 다채로워진 무대 장치들과 의상들이 눈길을 끌었고 군무와 액션신 등이 모던해졌다. 다시 외세와 열강들의 모습도 그 특징을 잘 살려 표현했고 왕비 '명성황후'가 아닌 여자 '민자영'에 초점을 맞춘 듯한 연출도 인상적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 중 실존했던 '명성황후'를 직접 본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설령 그녀와 같은 시기를 살았더라도 '민자영'을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터다.
역사적 사실에 살을 붙이고 이야기를 녹여내어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에 뮤지컬 '명성황후'의 가치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흥선대원군의 며느리로 고종의 정부인으로 당시를 살았던 '민자영'이 어떠어떠한 사람이었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작품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의 뮤지컬 '명성황후'가 더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는 것이 더 필요한 요즘이지 않은가 싶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