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월드워C'

좀비영화 명작 '월드워Z'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비견되며 많이 언급된 영화 가운데 하나다. 어느 날 출현한 좀비 바이러스에 맞서 전 세계가 고투하는 모습이 현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인류가 여전히 좀비 바이러스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지만 메시지로는 희망을 남긴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주인공인 유엔조사관 제리 레인이 찾아낸 '위장 백신' 덕분이다. 대량 생산된 백신이 전 세계에 속속 배포되며 다양한 방법으로 인류의 반격이 본격화된다.

지금 상황은 '월드워C(COVID-19)'라고 부를 만하다. 코로나19와의 전쟁 1년 만에 인류의 반격이 시작됐다. 역시 백신이다.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른 이스라엘에서 감염률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장담하긴 어렵다. 백신의 확실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많은 국가에서 동일한 패턴을 확인해야 한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창궐한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주의해야 할 것은 방심하지 않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이스라엘은 높은 장벽을 쌓아 좀비에 대응한 덕분에 거의 유일하게 방역에 성공한 나라다. 그러나 장벽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좀비를 자극했다. 결국 좀비는 벽을 넘고, 장벽은 무용지물이 된다.

지난 1년 동안 세 번의 대유행 고비를 억누른 K-방역에도 균열의 조짐이 없지 않다. 1년 넘게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친 국민의 일탈, 영업 제한 조치에 분노한 자영업자의 목소리, 자가 격리 수칙을 위반하는 해외 입국자들. 이런 균열이 모여 애써 쌓은 방역의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

월드워C를 끝낼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백신 접종 수용률이다. 백신이 듣지 않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전에 유의미한 백신 접종률을 달성해 집단면역을 이루는 것이다. 임상 시험에서 예방효과를 확인하고 각국 보건 당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빠르게 개발된 백신에 대한 불신도 그만큼 깊다. 백신 접종 과정에서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방역 당국이 어떻게 중심을 잡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에게 당위성을 설명하고 불신을 해소하는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자수첩]'월드워C'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