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중고거래 사기 급증..."사전 예방·사후 대응 시스템 개선해야"

지난해 피해금액 1877억원 달해
휴대전화-주변기기 피해 최다
소액 사기 미신고-검거 난항
지연인출제도 등 대응책 절실

[이슈분석] 중고거래 사기 급증..."사전 예방·사후 대응 시스템 개선해야"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사기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사기 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중고거래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기술이 도입되고 있지만 사기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중고거래 전반에 사기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와 플랫폼 모두 개선이 시급하다.

◇'사기' 중고거래 상수

사기 방지 빅데이터 플랫폼 '더치트'에 등록된 지난해 사기 피해 건수는 총 24만5000여건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2018년 16만건에서 매년 증가세다. 올해 1월에도 2만4000여건이 등록돼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초반 중고거래도 위축됐다가 이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사기 피해도 늘었다.

피해금액은 2018년 1624억원, 이듬해 2767억원, 지난해 187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 피해 규모는 역대급이다. 434억원이 신고돼 월간 피해액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피해액인 247억원 대비 75.7% 늘어난 규모다. 개인 간 분쟁 거래가 포함됐다고 해도 사기 피해가 급증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피해 품목은 '휴대전화와 주변기기' '티켓과 상품권' '게임아이템' 순이다. 수요가 많으면서도 비대면 거래가 가능한 품목이다.

수법도 다양했다. 택배 거래를 유도한 뒤 종이나 빈병, 벽돌 등을 넣는 익히 알려진 수법부터 신용도 높은 계정을 탈취, 온라인 상품권 등을 올려놓은 뒤 입금 받고 계정을 삭제하는 신종 방식까지 다양한 유형이 존재했다. 최근 주식 등 재테크 붐을 타고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상담을 빙자 돈을 챙기는 사례도 급증 추세다.

◇사기 속도 못 따라잡는 시스템

중고거래 건수가 증가하며 사기도 늘고 있지만 검거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소액 사기는 아예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2018년, 2019년 경찰청에 접수된 개인 간 거래 사기 신고 건수는 각각 7만4044건, 8만9797건이다. 더치트에 접수된 건이 연간 20여만건을 넘어선 상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신고를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대화 내역을 캡처하고 출력해 신고를 해야 하는데 사기 사실을 늦게 파악한 경우에 이를 확보하기 조차 쉽지 않다. 또 학생이나 고령층은 피해가 규모가 적어 상당수가 신고를 포기하는 실정이다.

비대면 중고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사기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반면에 사기 예방 시스템과 검거 시스템은 진화가 더딘 게 현실이다.

온라인 사기의 경우 동일인이 보통 적게는 5~6건에서 많게는 300여건 이상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범이 가능한 것은 검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사기에 사용된 계좌가 범죄 계좌로 등록되는데 길게는 신고 이후 2주일가량이 소요된다.

신고 접수 이후 경찰이 해당 계좌 은행에 공문을 보내 은행이 지급 정비 여부를 판단하거나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후 범죄 계좌로 인정되는데 일정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에도 동일인 또는 동일 계좌 범죄가 반복된다. 실제 최근 발생한 온라인 사기에 사용된 계좌를 피해 접수 사이트에서 조회한 결과 첫 피해 사례가 등록된 1월 28일 이후 일주일간 6건 피해 사례가 추가로 접수됐다.

첫 피해자가 경찰에 피해 접수를 했다고 해도 단기간 계좌 지급정지, 검거가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경찰이 운영하는 '사이버캅'이나 '더 치트' 등이 사기 의심 계좌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초반 범행이 집중될 때는 범죄 관련 정보 등록이 늦어져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사후 대응 속도 높이고 사전 예방 강화해야

사기가 입증돼도 피해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보통 사기범이 곧바로 인출하기 때문에 검거한다고 해도 계좌에서 찾을 방법이 없다. 민사로 피해금 반환 소송을 진행하지만 상당 기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계좌 지급정지로 실시간 대응에 나설 수 있지만 현행법상 중고 거래에선 불가능하다.

금융관련법에 따라 계좌 지급정지 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제한돼 있다. 중고거래 피해 경우, 계좌 지급정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100만원 이상이 송금된 경우 지연인출제도에 따라 자동화기기(CD·ATM)에서 30분 이내에 출금할 수 없지만 금액 특성상 중고거래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중고거래 사기에도 계좌 지급정지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이 '인터넷 사기 이용 계좌 지급정지 방안 연구'를 발주, 논의에 불을 지폈다. 연구를 진행한 서강대 산학협력단은 계좌 송금을 통해 실시간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피해구제를 위해 보다 신속한 지급정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입법도 논의 중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계좌 지급정지 대상에서 '재화 공급 또는 용역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고 내용을 삭제한 것이 골자다.

중고거래에 한해 애초 인출을 지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세우고 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중고거래 경우에 입금 시 별도 지연인출 코드를 별도로 마련, 2~3일간 인출을 지연하는 '지연인출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경찰 대응이 사기범죄 발생 이후 범인을 검거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고 범죄 예방 가능성도 낮다는 게 박 의원 주장이다.

현재 논의가 입법이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가능성은 미지수다. 개인 간 분쟁이 많은 중고거래에 계좌 지급정지나 지연인출제도를 도입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따른다.

국회 관계자는 “상대방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하고 허위 신고 대해선 무고죄에 준해 엄중 처벌해야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사기 거래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범죄자가 수익을 편취하고 피해자 구제가 안되는 상황이 계속되면 재범이나 모방범을 양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법, 제도 개선에 앞서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화랑 더 치트 대표는 “민관 등에서 취합한 사기 관련 정보가 중고거래 플랫폼에 즉시 반영되는 예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서 “이용자가 사기 정보 검색 사이트를 몰라도 거래 플랫폼에서 이를 즉시 해결할 수 있다면 상당 부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