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사들과 빅테크 진영의 해외 간편송금 시장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기존 해외송금 스타트업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기존 국내 시장만 해도 20여개 업체가 활동하고 있어 수수료 경쟁만으로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페이, 토스, 키움증권 등이 해외송금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예 기업금융(B2B) 등 신시장 개척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해외송금 업체 한패스(대표 김경훈)는 오는 1분기 중 호주를 비롯한 5개 국가 선불 라이선스를 취득해 '전자지갑'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자지갑은 스마트폰 기반으로 간편하게 돈을 예금, 인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동남아시아 등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미비한 환경에서 빠르게 활성화 중인 서비스 중 하나다. 이를 활용하면 24시간 내내 지연 없이 실시간 국가 간 송금이 가능해진다.
송금 방법도 기존 계좌 이체나 캐시 픽업 이외에 실물 카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송금 이후 직접 현금을 수령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다. 아울러 올해 1분기 중 외국에서 국내로 송금하는 '역송금' 서비스도 출시한다.
와이어바알리(대표 유중원)는 올해 국내-해외 송금 시장보다는 해외-해외 송금 시장 확장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송금 시장은 규모 확장에 한계가 있어서다. 통상 국내에서 보내는 해외 송금 수요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요가 높고, 한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송금이 가장 비중이 높다. 그러나 출발지를 한국 이외 국가로 다양화할 경우 이들 외에 다양한 송금 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와이어바알리는 이를 기반으로 개인송금 영역에서 기업간(B2B) 해외송금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씨비(대표 이한용)는 지난해 2월부터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후발주자다. 중국 대상 송금 서비스로서는 가장 빠르고 저렴한 채널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국적자 알리페이 회원에게는 30초 이내에 송금이 가능하고, 2월 현재 송금 수수료 0% 프로모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알리페이와 제휴를 맺은 국내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에 특화된 서비스 장점이 초기 대비 희석됐다. 이에 따라 아이씨비는 서비스 대상 국가를 연내 130여개까지 대폭 늘릴 계획이다. 200여개 국가 송금을 지원하는 한패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서비스 국가를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기업대상 B2B 서비스도 올해 안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송금시장은 외환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대형업체들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며 “기존 플레이어들과 물밑 협상이 상당부분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향후 전통 금융권과 합종연횡도 활발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전통 금융권·빅테크, 시장 영향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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