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직상장을 선택한 쿠팡 행보에 유통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시장에서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새 판을 짜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강한 경영권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이 국내 증시 대신 미국 NYSE 상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는 차등의결권이 지목된다.
쿠팡이 지난 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김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 일반 주식인 클래스A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김 의장이 가진 주식 1주는 다른 사람이 가진 일반 주식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는다는 의미다.
김 의장이 클래스B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분 2%만 갖고 있어도 58%에 해당하는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외부 인수합병(M&A) 시도를 견제하며 안정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선 한국과 달리 의결권이 차등화된 여러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쿠팡이 미 증시 상장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가 뜨거운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약 55조4000억원)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2014년 중국 알리바바그룹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IPO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쿠팡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미국과 달리 국내 증시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쿠팡이 미국 SEC에 제출한 S-1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매출은 약 13조2500억원으로, 전년 7조1530억원 대비 90.8% 증가했다. 영업손실도 58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적자폭을 1285억원 정도 줄였다. 쿠팡은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비용으로 5000억원을 지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오프라인 업체의 동맹 등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유통가에서 생존을 위한 대격전이 전망된다.
쿠팡은 미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상장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힌 자금 규모는 대략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다. '로켓배송' 지역 확대를 위한 물류센터와 풀필먼트 확충이 주요 자금 사용처로 손꼽힌다.
쿠팡은 상장 신청 서류에서 “성장을 위한 계획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큰 규모의 자본 지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풀필먼트와 물류센터를 건설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한편 배송 시간을 줄이고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가전, 뷰티, 의류, 명품 등 시장 침투율이 낮은 주요 상품군을 포함해 전반적인 직매입 상품군을 확대하고 더 많은 판매자가 쿠팡에 등록하도록 유인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로켓프레시, 쿠팡이츠, 쿠팡페이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2025년까지 5만명 신규 고용을 목표로 제시했다.
쿠팡의 투자 성과가 이른 시일 내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의 누적 적자가 수조원에 이르고, 유통업계에서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네이버는 지난해 CJ그룹과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제휴를 맺고, 본격적인 풀필먼트 사업 추진에 나섰다. 그동안 약점으로 손꼽히는 물류 분야를 타사와 협업을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다.
11번가는 세계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고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를 시도한다. G마켓, 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매각 추진이 공식화 됐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상장, 매각, 동맹 등 유통업계에 굵직한 이슈가 많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각변동이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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