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전기차(BEV·PHEV) 판매량이 300만대를 넘어섰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동차 판매량은 7264만대로 전년(8670만대) 대비 16% 줄었지만, 전기차는 2019년(220만대)보다 42% 증가한 312만대가 팔렸다.
지난해 전기차 수요 증가는 '채찍(배출가스 규제)'과 '당근(구매 보조금)' 정책을 동시에 활용한 유럽 시장이 견인했다. 2015년부터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은 1분기 동안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세계 2위 시장으로 밀려났다. 올해 역시 유럽 시장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새 정권이 들어선 미국과 배터리 등 자국 산업을 앞세운 중국 시장 반등이 예상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 유럽이 주도
EV세일즈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유럽 시장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BEV·PHEV)는 133만대로 나타났다. 유럽이 중국과 미국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했다. 2015년부터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125만대)보다 전기차가 더 많이 팔렸다.
유럽은 유럽연합(EU) 환경 규제 강화와 국가별로 소비자에게 지급한 전기차 보조금이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지난해 유럽의 폭발적 전기차 증가는 △EU의 자동차 주행거리(㎞당)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95g 상한 규제 △EU 회복 기금을 통한 친환경 차량 보조금 활성화 정책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늘리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늘어난 것도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서유럽 최대 산유국 노르웨이는 지난해 판매된 신차 14만1423대 중 전기차(BEV) 비중이 54.3%(7만6789대)를 기록하며 내연기관차 시장을 앞지르기도 했다.
◇테슬라 3년 연속 1위…현대차 9위→11위
배터리 전기차(BEV) 시장에선 테슬라가 작년 전기차 49만9535대를 판매하며 2018년(22만9338대), 2019년(36만7820대)에 이어 3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판매량 2위 폭스바겐(22만220대)과 30만대 가까운 차이를 보이며 압도적 우위를 기록했다. 중국 BYD(17만9211대)와 SGMW(상하이·GM·우링 합작사)가 3·4위로 뒤를 이었다. 다음은 BMW(16만3521대), 메르세데스-벤츠(14만5865대), 르노(12만4451대), 볼보(11만2993대)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 부재로 2019년 글로벌 판매량이 각각 9위(7만2959대)·11위(5만3477대)에서 11위(9만6456대)와 12위(8만8325대)로 밀려났다.
반면에 토요타와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지난해 테슬라 '모델3'는 36만5240대가 팔리며 1위를,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SGMW '훙광 미니EV'가 11만9255대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유럽 판매량 1위 르노 '조에'(10만431대)가, 4위와 5위는 테슬라 '모델Y'(7만9734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6만5075대) 순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자동차 시장요구에 맞는 현지업체 전기차가 주로 강세를 보이는 추세다.
◇PHEV보다 BEV 강세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BEV)가 214만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98만대로 나타났다. BEV와 PHEV 경쟁에서 배터리 구동 의존도가 더 큰 BEV가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2016~2019년까지만 해도 PHEV와 BEV 판매 비중은 BEV가 조금 앞선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BEV 비중은 69%까지 올라갔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대와 배터리 에너지밀도 향상 등 주행환경이 개선되면서 BEV 수요가 PHEV를 크게 압도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BEV·PHEV) 점유율은 4%로 2019년 점유율 2.5%보다 늘었고, BEV는 2019년 1.9%에서 지난해 2.8%로 늘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0위권 내 매년 2, 3개씩 순위에 올랐던 PHEV는 지난해 단 한 개 모델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PHEV 위주로 전기차 라인업을 꾸렸던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BEV로 무게 중심을 전환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도 신차 PHEV보다는 BEV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업체 중에는 신차로 PHEV를 내놓은 업체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 신차 중에 PHEV가 절반을 차지했지만, 최근 들어 충전인프라 확대와 전기차 성능·가격 등 인식이 개선되면서 PHEV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