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인공지능(AI)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나선 지 1년여가 지났다. 시는 지난해 1월 AI 광주시대를 열기 위한 비전과 목표를 공식 발표하고 4대 추진전략과 20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첨단산단 3지구에 조성하는 AI 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 구축사업을 컨트롤할 사업단도 출범했다. 제1기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를 개설, 6개월 심화교육을 마친 155명의 전문 인재를 배출했다. 지금까지 70여 AI 관련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최근에는 AI집적단지에 들어설 AI 데이터센터 투자협약 및 착수식도 대규모로 개최했다. 오는 5월이면 세계 10위권의 데이터센터 착공에 들어간다.
이처럼 광주는 AI 중심도시로 변모하기 위해 숨차게 달리고 있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을 모으고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적인 AI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시 스스로 '정치 1번지를 뛰어넘어 경제 1번지' '떠나는 광주에서 돌아오는 광주' '의향 광주를 넘어 AI 광주시대'를 여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광주에 투자하거나 이전하겠다고 협약을 체결한 기업이 끝까지 약속을 지키느냐다. 아무리 AI 전문 펀드를 마련해서 지원하고 연구개발(R&D)비를 제공하더라도 기업 스스로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을 다지지 못하면 언제든 도태되고 떠나야 한다. 요란한 MOU 행사보다는 기업인들과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또 하나. 수십억원의 시민 혈세를 투입해 육성한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 졸업생들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이다. 수도권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안정된 일자리만 선호하는 상황에서 영세한 지역 중소기업이 이들을 붙잡는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광주에 진출한 수도권 기업은 지역에 AI 전문 인력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사관학교 출신 졸업생을 즉각 현장에 투입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속내다. 구인자와 구직자 간 눈높이가 서로 맞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시가 풀어야 할 숙제다.
기업과 사람은 시가 추진하는 AI 생태계를 성공리에 구축하는 데 불가결한 필수 요소다. 자칫 실패했다가는 기업과 사람은 모두 떠나고 덩그러니 건물만 남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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