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와 성질이 비슷한 나노입자의 입체(3D) 구조를 영상화하고, 구조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구조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송창용 물리학과 교수와 통합과정 조도형 씨 연구팀이 싱가포르국립대(NUS), KAIST, GIST, IBS와 공동 연구를 통해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XFEL: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시간당 수천 개 나노입자를 조사(照射)하고, 머신러닝을 이용한 다중모형 3차원 복원을 이용해 나노입자가 가지는 3차원 구조의 불균일성을 분석해냈다고 18일 밝혔다.
나노입자는 자연적인 입자들에서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3차원 구조의 설계와 내부 구성물질에 따라 입자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조절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나노입자와 바이러스의 공통점은 주기적으로 배열된 결정이 아닌 나노미터(㎚) 수준의 독립적인 입자 형태로 존재하고, 구조가 완벽히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하나의 나노입자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개별 입자의 구조는 물론 수천~수십만 개 입자가 가진 구조 분포를 통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전자현미경은 전자의 투과 깊이가 짧아 시료 크기에 제한이 있고, 엑스선은 시료가 손상될 수 있어 충분한 분해능을 얻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태양보다 100경배 밝은 4세대 가속기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기존 방법이 가진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수천 개의 나노입자가 가지는 3차원 구조의 통계적 분포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관측했다. 그 결과 300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20㎚의 해상도로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성과는 특히 싱가포르국립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머신러닝을 이용해 수천 개 나노입자가 가지는 3차원 구조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기존 방법은 한 가지 3차원 구조만을 가정하기 때문에 시료 구조가 일정하지 않은 실제 실험 데이터에선 구조 복원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에 다중모형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3차원 구조 복원에 성공했다. 이로써 나노입자를 크게 4가지 모양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중 약 40% 입자들이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또 복원된 3차원 구조 정량 분석을 통해 나노입자가 가지는 특징적인 24면체 구조와 내부에서 나타나는 밀도 분포로부터 내부의 탄성 변형의 양상도 확인했다.
송창용 교수는 “분자들이 완벽하지 않은 결정이나 규칙적이지 않은 정렬로 돼 있는 비결정 바이러스 개체의 3차원 구조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머신러닝을 통한 3차원 이미지 복원 알고리즘이 더해져 살아 있는 생체의 거대분자나 바이러스 구조에 대한 연구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속기핵심기술개발사업, 중견후속연구, SRC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최근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