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통 업태별 실적 희비가 갈렸다. 대형마트는 내식 증가와 비용 절감 효과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성공했고, 홈쇼핑도 비대면 수혜에 힘입어 취급고가 대폭 늘었다. 반면에 백화점은 상반기 연쇄 휴점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편의점에도 추월을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다만 하반기부터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일궈내며 올해 성장세에 청신호를 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합산 매출액은 5조8652억원으로 전년대비 8.9% 감소했다. 합산 영업이익은 41.0% 줄어든 6534억원에 그쳤다. 명품 판매 호조에도 코로나19 직격탄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고객 발길이 줄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업계 선두인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이 2조6550억원으로 전년대비 15.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6.9% 줄어든 3280억원으로 집계됐다. 방문객 감소로 기존점 매출이 13.0% 역신장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 1조7504억원, 영업이익 1986억원으로 각각 9.5%, 45.8% 급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액이 1조4598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줄었고, 영업이익은 42.9% 감소한 1268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이 두 자릿수 줄면서 편의점에 추월을 허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시장에서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 매출 비중은 31.0%로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3사 매출 비중 28.4%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편의점도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백화점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진한 영향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 최악 국면을 벗어나 실적 회복 기지개를 켰다. 매출 감소폭이 줄고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는 등 회복세가 뚜렷하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롯데백화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 역신장했다. 지난해 연간 역신장률이 36.9%인 점을 감안하면 하락 폭이 크게 둔화됐다.
신세계백화점도 4분기 매출이 411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4% 줄었지만 전분기 대비 13.0% 신장하며 빠른 회복세다. 영업이익은 61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신세계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등 광역상권을 기반으로 한 대형점포는 전년보다 오히려 매출이 늘며 손익 개선을 견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2030세대 매출이 8.7% 증가했다”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주춤했던 백화점 산업이 다시 성장 궤도로 진입하면서 올해 실적 반등 기대감도 커졌다. 명품을 중심으로 한 보복소비는 물론 정상 등교에 따른 의류 판매 수혜가 예상된다. 고마진 상품군인 일반 패션 매출이 빠르게 회복되면 수익성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대형 백화점 신규 출점이 차례로 예정돼 있다. 백화점 3사가 새 매장을 여는 것은 지난 2016년 대구 신세계 이후 5년 만이다. 정체됐던 국내 백화점 시장에 외형성장이 기대된다.
먼저 현대백화점이 26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더현대서울'을 개점해 포문을 연다.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영업면적만 8만9100㎡(약 2만7000평)에 달한다. 서울 시내 백화점 가운데 가장 크다. 마포·용산·영등포 등 인근 배후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미래형 무인 매장은 물론 인근 여의도공원 축소판인 3300㎡ 규모 실내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를 선보이며 집객 요소를 갖췄다.
롯데백화점도 6월 경기도 화성 동탄역 복합환승센터에 동탄점을 개점한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역시 지하 2층~지상 6층, 영업면적 7만6000㎡(약 2만3000평) 규모 대형 점포다. 환승센터 중심으로 백화점, 영화관 등이 입점한 롯데타운을 조성해 수도권 남부 수요를 공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8월 대전 유성구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에 엑스포점을 열고 외형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신세계 13번째 점포로 대구점 이후 5년 만에 신규 출점이다.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는 연면적 28만3466㎡(약 8만5700평) 규모로 타워와 백화점·호텔 등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백화점과 함께 과학·문화 체험 공간과 대규모 옥상 정원, 광장도 갖췄다. 신세계는 중부권 전체를 엑스포점 배후 수요로 보고 충청권 매출 1위 백화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잇단 신규 출점으로 침체에 빠진 국내 백화점 시장에도 모처럼 활기가 돈다. 올해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등을 일궈낼 수 있다는 기대도 높아졌다. 코로나19로 낮아진 기저 효과와 신규 출점, 정상 등교 효과를 감안하면 이르면 올해 1분기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코로나 영향이 줄면서 백화점 매출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올해 긍정적 이벤트가 연달아 이어지는 만큼 가파른 매출 회복과 점진적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