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AI에 대한 오해: AI는 인류의 위협인가, 기회인가?

배경훈 AI 연구원장
배경훈 AI 연구원장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공지능(AI)과의 상생을 고민하고 또 기대한다.”

영화 '그녀'에서 고독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은 AI 가상비서 '사만다'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교감하면서 사랑의 감정에까지 이른다.

상상 속 영화 이야기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많은 사람이 감정을 교환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침에 일어나 음성으로 불을 켜고 스마트 스피커로 오늘 날씨와 일정을 확인한다. 가끔 엉뚱한 대답을 하지만 가상비서와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AI가 평범한 일상에서 활용되거나 다양한 산업에 접목돼 인간의 삶을 더 가치 있게 해 주는 성과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0월 글로벌 회계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표한 '2021년 AI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미국 기업의 25%는 이미 AI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54%는 빠르게 적용을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단지 7%만이 아직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할 정도로 AI 활용도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AI에 대한 친근한 기대와는 반대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아마존 AI 채용 시스템이 여대를 졸업하거나 여성 체스 동아리 회장직을 맡는 등 '여성'이라는 단어가 이력서에 등장하면 감점을 주는 사례가 있었다.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내놓은 신용카드인 '애플카드'의 경우 AI가 소득과 자산 등 여건이 같아도 여성보다 남성의 카드 한도를 더 높게 설정하는 등의 사례는 AI가 중립성 또는 객관성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아마존의 해당 시스템은 결국 폐기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진 애플카드의 편향성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으며 문제점으로 인식돼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AI 활용이 더 가속화되는 측면을 감안한다면 AI의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세상에 노출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렇다고 불완전성 때문에 AI를 무조건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AI는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분야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에서 예측한 것처럼 AI는 오는 2022년까지 기존 일자리를 약 7500만개 대체하기도 하지만 약 1억 3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긍정 효과도 있다.

TV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을 바보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해 주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AI의 불완전함을 두려워하고 배척하기보다는 긍정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 차원뿐만 아니라 인간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온 창의력 관련 부분에 AI가 진출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오픈 AI에서 공개한 AI 달-E(DALL-E)는 인간이 현재 생각하고 있는 내용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AI가 적합한 디자인 시안을 이미지 형태로 생성해서 보여 준다. 아직 더 개선할 부분이 있지만 AI와 인간의 협력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영역까지 한발 다가섰다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시나 소설을 쓰고 소프트웨어(SW) 코딩 등 창의력과 관련된 영역에서 AI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학습해서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1687년 성립된 이후 신성한 법칙처럼 여겨지던 아이작 뉴턴의 고전 역학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과 호기심에 기반을 둔 새로운 해석으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20세기 위대한 발견의 하나인 상대성 이론을 정립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을 멈추지 않는 것이고,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 이유”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새로운 것을 발명할 때 필수로 요구되는 의구심과 호기심이 현재의 AI에는 있지 않기 때문에 인간과의 협업은 필수이다.

증기 기관처럼 혁신 기술의 등장은 위협과 기회를 동반한다. 그때마다 인간은 새로운 기술 활용 방안 수립을 주도, 인류 번영을 끌어냈다.

막연히 AI를 두려워하고 적대시하기보다는 AI의 장단점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류가 희망하고 기대하는 미래 세상에서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AI의 역할을 만들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 k.bae@lgresearch.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