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홈 플랫폼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독주하는 가운데 2위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집안의 여러 기기를 통합해서 제어하려는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고 건설사가 스마트홈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연동 플랫폼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가 집계한 모바일인덱스HD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홈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활성 사용자는 삼성전자 '스마트싱스'가 531만명으로 전체 69.5%를 차지했다. 2위권과 10배 이상 격차를 벌리며 사실상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2위는 LG유플러스 'U플러스 AI'(46만명, 6%)가 차지했다. 그 뒤를 LG전자 'LG씽큐'(43만6000명, 5.7%), SK텔레콤 '누구'(31만6000명, 4.1%)가 잇고 있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에는 샤오미(28만2000명), 구글(25만8000명)이 순위권에 올랐지만 선두업체와의 격차가 크다.
스마트홈 플랫폼은 이기종 기기끼리 연결에 초점을 맞춘 홈 IoT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같은 제조사 제품 중심으로 통합 제어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타 제조사 제품까지 연동한 차별화 서비스 제공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2010년 중반부터 가전업체 주도로 출시한 스마트홈 플랫폼은 통신사와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기기 간 연동 경쟁이 뜨거워졌다.
삼성전자는 프로토콜 정보를 오픈해 일찍부터 여러 제조사와의 연동을 준비했다. 오픈커넥티비티포럼(OCF) 같은 IoT 글로벌 표준을 선제 적용한 효과도 크다. 실제 '스마트싱스'로 연동하는 타사 가전은 200여개 기업 2500개 제품에 이른다. 여기에 가전시장 영향력을 바탕으로 플랫폼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한 점도 초기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4일 “가전사 주도의 IoT 플랫폼이나 구글, 아마존 등 IT 기업 제품도 대부분 공통된 표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면서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개발자 사이트에 프로토콜 정보를 오픈, 개방형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 현재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삼성 독주를 막기 위해 2위권 업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LG전자는 'LG씽큐'로 생태계 조성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사 22개 제품군과 타사 10여개 제품 연동에 그쳤다. LG전자는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만큼 자사 제품을 많이 판매, 기반을 다진 뒤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 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통신사도 이기종 가전 연동 연결고리로 AI 스피커를 내세우면서 모바일 가입자 중심으로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힐스테이트, 자이, 아이파크 등 브랜드가 있는 대형 민간 건설사는 물론 공공에서도 스마트홈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H공사 스마트홈 플랫폼 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LH공사는 집안 가전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조명, 현관문, 폐쇄회로(CC)TV 등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제어하고 통합 관리하는 '홈즈'를 적용할 계획이다. LG전자, SKT, KT 등 3사가 클라우드 플랫폼 연동 시범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홈즈뿐만 아니라 이들 3사의 플랫폼을 이용해도 기기 제어·관리가 가능하게 된다. 시범사업 대상인 공공임대 주택 5000가구를 시작으로 연간 4만3000가구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