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경영 능력 입증으로 승계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정 부사장이 직접 키운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대규모 자본 유치에 성공하면서다. 범현대가 3세인 그는 한화 등 다른 주요 그룹 3세들과 달리 사장 승진에서 뒤처져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최근 설립 5년 만에 대규모 자본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23일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를 통해 미국 최대 사모펀드 KKR에 지분 38%(152만주)를 6460억원에 매각하는 본 계약을 체결했다. KKR은 현대글로벌서비스 가치를 약 2조원으로 평가했다. 매각 후에도 최대주주는 여전히 잔여 지분 62%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일군 회사다. 그가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을 직접 설득, 2016년 11월 현대중공업 현물출자로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는 현대중공업 부사장이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와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키웠다. 애초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엔진, 전기전자 사업 관련 보증서비스를 대행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선박 제어 및 벙커링(선박연료유 공급) 등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정 부사장은 이번 자본 유치를 발판으로 승계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2018년 기자간담회 당시 정 부사장의 상속에 대해 “능력을 보여주고,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경영 능력을 입증할 때 상속이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 부사장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 다른 재계 3세와 달리 승진에 뒤처져 있다.
비상장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9년 말 기준 영업이익 1060억원을 올렸다. 이 기간 매출액이 789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률은 13%에 이른다. 2018년도에는 매출 2381억원 대비 영업이익이 60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글로벌서비스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세고 그룹 내 입지도 강화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상속 등)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이르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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