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가 연초부터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하고 판매 경쟁에 나섰다. 지난해 유례없는 긴 장마 영향으로 에어컨 사업이 부진해 업계는 올해 반등을 노린다. 에어컨은 가전업체 1, 2분기 장사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제품인데다 지난해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올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장 경쟁이 예고됐다.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은 삼성과 LG 양강 체제로 전체 시장 70% 이상을 차지한다. 중견업체인 위니아딤채, 캐리어에어컨 등도 치열하게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침체된 에어컨 시장…올해 반등 노린다
지난해 코로나19와 긴 장마 영향으로 에어컨 시장이 위축됐다. 시장조사업체 GFK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에어컨 시장은 2019년 2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2조1000억원 규모로 약 19% 감소했다. GFK코리아는 가전 전문점, 대형마트, 백화점, 종합몰, TV 홈쇼핑,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유통채널 판매액을 집계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장마가 8월 중순까지 50여일간 지속되면서 에어컨 성수기 판매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유례없이 장마가 길어진데다 에어컨 가동이 밀폐된 실내의 코로나19 전파를 촉진시킨다는 이야기까지 퍼져 작년 에어컨 시장은 크게 침체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지난달 업체들이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한 이후 초기 판매 실적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는 2분기부터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3월이지만 아직 추위가 이어져 기대한 만큼 에어컨 판매가 성장하고 있진 않다”면서 “하지만 올여름 폭염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 작년 대비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콕' 생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지난해 긴 장마로 에어컨을 구매하지 않은 소비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확 바뀐 2021 에어컨…공간 맞춤형 가전으로 진화
올해 에어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 변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는 일제히 디자인을 크게 개선하고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색을 추가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가구 같은 디자인을 적용한 프리미엄 라인업 '무풍 갤러리'와 비스포크 디자인을 적용한 '무풍 클래식' 신제품을 지난달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에어컨 패널을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스포크 무풍클래식'은 비스포크 가전에 도입해 인기를 얻었던 다섯 가지 색상을 바람문 패널에 적용했다. 다섯 가지 색상은 스카이블루, 펀그린, 핑크, 새틴 그레이, 새틴 베이지다. 소비자 취향과 인테리어에 맞게 바람문 패널 색상을 고를 수 있다.
삼성은 핵심 냉방 성능도 업그레이드했다. 무풍갤러리는 직바람을 없애고 소비전력을 줄여주는 무풍냉방뿐 아니라 서큘레이터 팬을 활용해 사각지대 없이 급속 냉방을 구현하는 '하이패스 서큘 냉방' 기능을 갖췄다.
LG전자는 6년 만에 확 바뀐 새로운 에어컨 디자인을 선보였다. 직선과 원형을 중심으로 미니멀한 디자인을 채택한 LG시그니처 에어컨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공간 인테리어 가전 LG오브제 컬렉션 감성을 더했다. 세계 3대 일몰 명소인 그리스 산토리니 이아마을의 일출과 일몰에서 영감을 얻은 원형의 무드라이팅도 특징이다. 색온도가 서로 다른 쿨 화이트, 웜 화이트, 내추럴 세 가지 색상 간접 조명을 더해 상황에 따른 실내 분위기를 연출한다.
LG 휘센 타워는 기존 모델보다 더욱 강력한 냉방 성능을 갖췄지만, 사람에게 직접 닿는 바람을 최소화하는 기능까지 더했다. 한번 시원해진 실내 온도를 쭉 유지하는 '기분 좋은 냉방'을 구현했다. 신제품에 적용한 '4X 집중 냉방'은 기존의 두 개에서 네 개로 늘어난 팬으로 빠르고 강력한 냉방을 구현한다.
위니아딤채도 신제품 에어컨에 파격적 컬러를 입혔다. 소비자는 선호도에 따라 해외 유명 휴양지에서 영감을 얻은 여덟 가지 색깔 중 직접 선택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캐리어에어컨 신제품도 새로운 외관 디자인과 다채로운 색상을 적용했다. 이 제품은 화이트, 우드·그린(투톤), 미스트 실버, 올리브·핑크(투톤) 총 네 가지로 구성돼 공간에 따라 어울리는 색상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캐리어에어컨 관계자는 “2년 만에 에어컨 폼팩터를 새롭게 개편했다”면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에어컨 살균기능을 크게 강화했다”고 말했다.
◇에어컨 끄고 난 뒤 관리까지 '스마트'
올해 신제품 에어컨은 위생관리 등 기본기까지 철저하게 갖췄다. 에어컨 가동을 멈췄을 때 안팎 온도 차이로 곰팡이, 결로 등이 발생한 사례가 종종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올해 신제품 무풍 에어컨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알아서 제품을 관리하는 이지케어 AI 기능을 탑재했다. 에어컨 내부 습도를 감지해 사용자 요구에 맞게 건조 옵션을 제공한다. 열교환기에 영하 20도 아이스캡슐을 만들어 표면에 붙은 오염물을 얼린 뒤 해동해 기기 외부로 배출해 주는 '워시클린' 기능도 특징이다.
LG전자 신제품 LG 휘센 타워는 5단계 청정관리 기능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바람이 지나가는 에어컨 내부를 자동으로 관리한다. 극세필터를 알아서 청소하는 필터 클린봇, 필터에 붙을 수 있는 세균을 제거하는 항균 극세필터, 내부 습기를 말려주는 자동건조하는 기능이 특징이다.
위니아 웨이브 에어컨은 'AI 자동 클린 건조 기능'을 탑재했다. 에어컨 운전시간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10분부터 45분까지 자동으로 에어컨 내부 건조시간을 설정한다. 에어컨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곰팡이와 악취를 자동으로 건조한다. 에어컨을 깨끗하게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위니아 웨이브 에어컨 신제품은 간접풍 '쿨샤워' 기능으로 효율적인 냉방은 물론 제습 기능을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
캐리어 에어로 18단 에어컨도 에어컨 내부 습기를 말리는 자동건조 기능인 AI 자동건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제품은 열 교환기 습도를 확인하고 자동건조 운전시간을 조절해 제품 내부를 보다 청결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