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체온을 이용해 반영구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유연한 열전소자를 개발했다. 웨어러블 열전소자의 상용화를 앞당길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김진상 분원장 연구팀은 열차단 고효율 유연 열전소자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열전소자는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상호 변환할 수 있는 전자 소재다. 열을 공급하면 소자 양끝단의 온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반대로 전기를 공급하면 소자의 한쪽은 냉각되고 다른 한쪽은 열이 발생한다.
엔진 열이나 발전소의 폐열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반대로 전기를 공급해 소형 냉장고, 자동차 냉방 시트, 반도체 장치 등 온도제어 시스템에 사용한다.
열전소자는 특히 웨어러블 전자기기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체온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전원없이 반영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재 형태와 열손실이다. 기존 열전소자는 딱딱한 세라믹 기판이 열전반도체를 받치고 있어 굴곡이 있는 곳에 활용하기 어렵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연 열전소자가 개발됐다. 세라믹 기판없이 유연한 고분자 소재가 열전반도체를 감싸고 있어 쉽게 구부러뜨릴 수 있다. 다만 유연 기판인 고분자 소재는 열전도도가 높아 소재 양단의 열을 차단하지 못해 단단한 기판의 상용 열전소자만큼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연하면서도 열 손실을 막는 연전소자를 개발했다.
유연한 실리콘 화합물 소재(PDMS)를 스펀지 형태로 제작해 열 차단 능력을 확보했다. 이를 뼈대로 활용해 소자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각설탕 위에 실리콘 화합물 액체를 부어 굳힌 후, 물에 설탕을 녹여 없애 스펀지 형태의 고분자 소재를 제작했다. 원래 설탕이 있던 자리는 미세 공기 방울로 변해 열 차단 능력이 기존 소재 대비 50% 이상 높아져 열전달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이 기판을 열전소자를 지지하는 뼈대로 사용해 유연하면서도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는 유연 열전소자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유연 열전소자는 기존 유연 열전소자 대비 20% 이상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는 기존 상용화된 소자와 동일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개발한 유연 소자를 활용해 체온으로 LED를 점등하는 데 성공했다.
김진상 KIST 전북분원 분원장은 “각설탕에 용액을 부어 굳히기만 하면 되는 값싸고 간단한 공정을 통해 유연 열전소자의 효율을 상용 열전소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면서 “충분한 양의 열전소자를 활용하면 체온만으로 스마트 밴드 구동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인 'Nano Energy'(IF : 16.602, JCR 분야 상위 4.299%)의 3월 호에 게재됐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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