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경제 발전 모범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공공개발원조(ODA)는 수원국의 빈곤 퇴치 등 사회 발전을 위해 전달되는 다양한 형태의 원조를 의미한다. 기원은 국제 개발 협력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자체 재정자금을 사용해 개도국 또는 국제기관에 증여, 차관, 배상, 기술원조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한다.
국제사회는 1995년 베이징행동강령 이후 성차별에 대한 본격 대응을 논의했다. 2000년 새천년 개발 목표에 '성차별'을 단독 목표로 상정, ODA 사업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대부분의 ODA 분야에 성 주류화 노력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에 한국에서는 개도국 여성의 사회·경제 성 주류화 촉진을 위한 개도국 정책가들의 역량 강화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여성직업능력개발 정책 경험을 개도국에 공유화, 개도국 여성의 사회·경제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개도국 여성직업능력개발 초청연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팔, 라오스, 몽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개도국에서 선발된 여성정책 개발·입안·수행기관 담당자 등이 초청된다. 연간 20여명 규모로 운영된다. 2019년 기준 총 52개국에서 누적 401명이 참가, 역량 강화 기회가 제공됐다.
교육 내용은 한국의 다양한 여성 지원 정책, 성 인지 분야 사업, 직업훈련 기관 및 운영에 관한 이론 강의와 현장 방문을 통한 정책실행 현황 파악 등으로 이뤄진다. 참가자들은 성 평등을 촉진할 수 있는 핵심 정책의 역사와 발전, 실행 등을 살펴봄으로써 개도국 여성 발전을 위한 자국 맞춤형 실질 정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ODA 사업은 '성과를 위한 관리' 원칙에 따라 체계화한 모니터링, 성과 관리를 포함한 사업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개도국 여성직업능력개발 초청연수' 사업도 사업 수행 과정, 성과 및 영향력 평가라는 ODA 사업의 성과 평가를 수행한다. 해당 사업은 전반에 걸쳐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적절하게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그러나 연수 과정에 참여한 개도국 정책가들이 본국에서 성 주류화 촉진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함으로써 이 연수사업이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이 사업은 프로그램 참가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의 상이한 요구를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프로그램 목표 달성 및 효율 운영의 필요성에서 참여자들의 전문성과 역량 차이는 충분히 고려되기 어렵다. 영어로 진행되는 전체 연수는 개인의 언어 수준에 따라 교육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둘째 참여자들은 연수를 마치면 본국에 적용 가능한 정책의 액션플랜을 도출하는데 연수 참가자들의 기존 경험·역량·전문성에 따라 도출한 액션플랜의 질은 너무나 상이하다. 연수 프로그램 특성상 이들이 도출한 액션플랜의 실제 적용 여부나 적용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 등 교육 효과 측면에서 개별 연수생 맞춤형 지원에 한계가 있다.
이 초청연수 사업에 참여를 원하는 개도국 정책가들의 수요와 기존 참여자들의 만족도 및 열의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단기 초청연수 특성상 교육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19의 세계 유행으로 초청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이 원조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도 도전이다. 사업 개선에 대한 참여자들의 요구 반영과 이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 및 교육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이 선도해서 수행하고 있는 개도국 여성들의 성 주류화 노력을 이어 나가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심지현 숙명여대 교수 shimx013@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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