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기준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가 1286만993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보다 101만8857명(8.6%) 늘었다. 월간 기준 5G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5G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은 제한되고, 5G 특유의 서비스도 부족하다는 비판과 불만이 비등한 현실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이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마케팅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소비자가 5G를 선택했다는 방증이다. 5G 가입자 증가와 함께 데이터 트래픽도 급증하고 있다. 1월 5G 데이터 트래픽은 31만9812테라바이트(TB)를 기록했다. 2020년 1월 13만1241TB에 비해 143.7% 증가했고, 전월(2020년 12월)의 30만2278TB보다 5.8% 증가했다. 앞으로도 5G 가입자는 지속해서 늘고, 데이터 트래픽도 증가할 것이다.
일각에선 1~2년 안에 3.5㎓ 주파수 용량이 부족할 것이라며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한 28㎓ 주파수 활용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완전한 활용이 아니지만 일부 지역이라도, 일부 용도라도 활용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 3사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28㎓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이다. 28㎓는 커버리지 확보에 불리하다. 3.5㎓ 대역 커버리지의 10~15% 수준밖에 안 된다.
이 같은 한계로 이통사는 지난 2018년 28㎓를 할당받은 이후 3년 동안 골머리를 앓아 왔다. 마땅한 활용 방안을 발굴하지 못한 결과는 28㎓ 기지국 설치 부진으로 이어졌다.
과기정통부도 이통사 사정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8㎓는 기업간거래(B2B) 분야에 사용되는 것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28㎓ 활용 방향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과기정통부와 이통사가 28㎓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8㎓가 만만치 않은 건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 이통 3사(3.5㎓)와 달리 28㎓를 일반 이용자 대상 주파수로 선택한 미국 버라이즌은 5G 커버리지는 물론 5G 품질 모두 실패했다. 버라이즌 사례를 통해 28㎓ 한계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안팎의 복잡한 상황에서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가 28㎓ 5G 망을 공동 구축하고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시장도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히 일부 사례이지만 이통사는 이보다 앞서 28㎓ 실증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일반화할 수준이 아니다.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이통 3사가 돌파구를 찾는다면 28㎓는 천덕꾸러기에서 황태자로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28㎓ 활용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정부와 이통 3사의 분투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28㎓ 활용 방안을 찾아 대반전을 도모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최악의 사태도 염두에 둬야 한다.
완전한 28㎓ 활용 방안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다른 선택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이통 3사가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는 초연해야 한다.
묘수를 찾을 수 없다면 현실로 수용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면 할애해야 한다. 이통사가 새로운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28㎓ 할당 기간을 연장하는 등 발상의 전환도 주저해선 안 된다.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게 현명한 처사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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