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가 LG측 영업비밀로 이득을 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ITC의 이같은 입장에 LG에너지솔루션은 경쟁사의 영업비밀 침해라는 정당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고 미국 대통령 거부권 요청을 공식화했다. SK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5일 “SK이노베이션 증거 인멸 의혹 관련 입증 과정에서 더딘 대응과 솔직함 결여가 ITC 법적 의무 및 절차적 일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는 내용의 최종 의견서를 공개했다.
ITC는 지난달 10일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 측 최종 승소 판결을 내렸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영업비밀침해 카테고리를 그대로 인정했다. 배터리 전체 공정과 배터리 원자재 구매비, 소재 배합비(레시피) 등에 대한 영업비밀들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제조단가를 낮추고 포드 등 전기차 배터리 입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의견서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LG 영업비밀로 이득을 취했다는 우리 주장을 인정했다”며 “ITC는 포드와 폭스바겐에는 SK 배터리를 대체할 최소 유예기간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하는 '지적 재산권 보호'를 인정하며 '미국 소비자 선택권 보장'까지 해줬다고 판단한 의견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당 의견이 예비판결부터 이어진 증거인멸이란 흠결을 근거로 결정된 의견이라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는 영업비밀 침해를 언급하면서 침해됐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다는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ITC 의견서와 반대 의견을 내고 LG와 배터리 제조 방식이나 물성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도 인정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맞서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소송 판결로부터 60일간 대통령 판결 검토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 배터리의 미국 내 생산과 수입은 불가능하다. 현재 ITC 의견서 공개에도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는 다음달 11일까지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장 상황만 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불리한 건 사실”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