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용 탄화규소(SiC) 소재의 결정 결함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전력반도체 품질과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직무대행 유동욱)은 방욱·나문경 전력반도체연구센터 연구팀이 전력반도체용 탄화규소(SiC, 실리콘 카바이드) 소재의 결함을 조기에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전력반도체는 전류 방향과 변환을 제어하는 반도체로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 많이 쓰인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연결하는 고성능 인버터에 필수 부품이다.
실리콘 카바이드는 우수한 열·전기적 특성으로 전력반도체 내구성과 범용성, 작동 온도, 속도, 효율성 등을 높일 수 있는 전력반도체 중요 소재다. 하지만 소재 특성상 내부 결정이 복잡해 결함을 찾기 어렵고, 이러한 내부 결정 결함은 반도체 소자 성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결정 결함은 반도체 구동 초기부터 특성을 저하시키고, 사용 중에 결함 성질이 변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전력계통 현장이나 주행 중인 전기차에서 전력반도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심각한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 진입 장벽도 높아 현재 실리콘 카바이드 소재 검사 장비는 고가의 일본산이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연구팀은 광여기발광(PL) 현상을 이용해 소재 결함을 파악하는 PL 검출·분석 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여기된(벗어난) 전자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단계에서 특정 파장의 빛을 띠는 현상을 분석해 소재 결함을 파악한다. 실리콘 카바이드 소재에 자외선(UV) 에너지를 쏘이고, 발광 전자의 특정 파장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광학 검사장비 전문기업 에타맥스(대표 정현돈)와 협력해 이 기술을 기반으로 '전력반도체용 실리콘 카바이드 소재 결함 분석 장비'도 개발했다.
개발 장비는 하나의 레이저 파장으로 소재 내부의 다양한 결함을 검사할 수 있어 편리하다. 기존 일본 장비는 두개의 다른 파장을 이용해 결함을 검출한다. 검사 정밀도는 일본 장비와 동급 이상의 수준을 나타냈다.
연구팀과 에타맥스는 일본 장비 대비 절반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장비 업그레이드와 조기 상용화를 추진한다.
나문경 연구원은 “실리콘 카바이드 소자 개발과 공정기술 개발에서 개발한 소자 신뢰성과 품질에 관한 평가기술까지,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설계-공정-평가' 통합 제작 라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면서 “광대역 반도체를 비롯해 평가 대상을 확대하고 분석기법 다양·정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 말했다.
유럽 시장조사기관 IHS마켓에 따르면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7억달러(약 7800억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100억달러(약 11조1400억원) 규모로 연평균 32%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