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북 의성 '쓰레기 산'이 지난 2월 드디어 사라졌다. 20만 톤이 넘는 쓰레기를 치우는데 총 282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또다른 쓰레기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 2600만 시민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를 두고 인천시와 서울시·경기도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2600만 수도권 시민의 쓰레기를 해결하던 수도권매립지가 지자체간 갈등으로 산으로 갈 위기다. 인천시는 지난 2015년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4자 협의 당시 2025년까지 수도권매립지를 사용하되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지만 5년간 협의체가 진전이 없었음을 지적한다. 대체 매립지 확보를 위한 노력 없는 가운데 수도권매립지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그러면서 “수도권매립지 사용이 연장될 경우 매립지 주변 각종 폐기물 처리 업체 난립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청라와 검단신도시 등 대단지 주거시설이 입주한 곳에 피해를 안긴다”고 지적했다. 이후 인천시는 시도 폐기물 '발생지 처리원칙'을 내세우며 옹진군 영흥도를 자체 매립지로 선정한 상태다.
이와 관련 환경부와 경기도·서울시는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부지를 찾는 한편 현재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을 하자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2015년 4자 협의당시 “대체 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는 수도권매립지 잔여 부지의 최대 15%인 106만㎡ 내에서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의문에 기재되었다는 점에서다.
◇수도권매립지 사용실태는
인천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는 제1 매립장, 제2 매립장, 제3 매립장, 제4 매립장 등 4개 부지 1600만㎡로 조성됐다. 전체 매립면적은 931만㎡다. 이 가운데 1·2매립장 512만㎡은 매립이 종료된 상태다.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은 3-1 매립장이다. 3-1 매립장은 당초 2025년 6월이면 매립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해당 매립장 사용률은 36%에 그친다. 이 추세라면 2030년 이후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 예측이다. 이는 그간 생활폐기물 반입총량제, 건설폐기물 감량 계획 등에 힘입어 반입량이 줄어든 덕택이다.
향후에도 반입량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환경부와 지자체들이 생활폐기물 반입총량제, 건설폐기물 감량 계획, 폐자원에너지화 등을 실시하고 있어 2025년까지 반입량이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2025년이후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 현재 매립장도 추가 사용이 가능하다.
오길종 한국폐기물협회장은 “환경부 발표대로 2026년부터 직매립을 금지하고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면 부피가 10분의 1로 줄어 추가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를 비롯해 경기도와 서울시 등이 대체매립지를 확보해보고 그것이 안 될 경우 2015년 6월 4자 합의대로 수도권매립지를 좀 더 쓰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도권매립지 이미지와 달리 '쾌적'
쓰레기매립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푸는 것도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첫 단추다.
하루에도 쓰레기를 담은 700~800대 차량이 수도권 곳곳에서 밀려오지만 차량 분진 외에 냄새가 특별히 나지 않는다. 환경부가 실시한 전국 660여개 폐기물 처리시설 대상 환경성·기술성·경제성 평가에선 매립시설 부문 3년 연속 전국 1위로 선정됐다.
이같은 성과는 오가는 차량에 덮개를 씌우고 현장에선 '복토' '가스포집' '안정적 침출수 처리' 등으로 대표되는 위생매립방식 덕분이다. 대개 수도권매립지에는 거대한 쓰레기 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막상 가보면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쓰레기를 매립할 때마다 흙으로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악취 원인이 되는 매립가스는 매립지 내부로 설치된 1000여개 배관에서 빨아들여 발전소로 보내진다. 이를 통해 악취도 차단하고 연간 318억원 상당 전기도 만든다.
폐기물이 썩으면서 발생하는 생기는 침출수도 별도 처리장에서 법정 기준치 4분의 1 이하로 깨끗하게 처리된다. 나아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침출수 처리수를 외부로 한 방울도 내보내지 않게 침출수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매립 종료된 구역은 공원화 됐다.
매립지관리공사는 종료된 매립장의 효율적 활용과 부정적 인식을 해소시키기 위해 시민 휴식공간과 체육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아시안게임 경기장으로 사용된 드림파크CC는 2000년 사용이 종료된 제1매립장 상부에 빗물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골프장으로 조성됐다. 지난해 기준 연간 이용객이 약 16만명에 달한다. 이중 매립지 주변 주민 등 인천·김포 시민 이용객이 약 10만명이다. 수도권매립지 내 환경상태가 그만큼 우수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밖에 과거 연탄재적치장으로 활용되던 곳은 야생화단지로 조성해 개방됐고, 2019년 기준 약 33만명 시민이 다녀갈 만큼 반응이 좋다. 지난해 11월에는 반려견 놀이터인 드림퍼피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매립지 문제 주민과 합리적 해법 찾아야
전국적으로 폐기물 발생은 점차 늘지만 이를 처리하기 위한 시설은 그만큼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기술적·정치적 이유로 내 지역에 매립지나 소각시설을 유치하길 꺼려하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기술 발전과 제도적 관리로 현재 폐기물 처리시설은 친환경적으로 운영·관리될 수 있다.
이승희 경기대 융합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폐기물 발생지 원칙을 따지는 것은 낡은 해법”이라며 “우리나라 자원순환 기술과 환경 기술을 고려할 때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처리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립지나 소각장은 사람이 있는 곳에 누구나 필요한 기술이지만 기술이나 돈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주민과 정치권, 관련 부처 등이 지혜를 모아 장기적인 비전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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