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다음 달 전기차 충전기 보급 사업을 앞두고 국가 충전사업자를 4년 만에 새로 뽑는다. 정부 보조금만 노린 무분별한 충전기 설치·구축을 막기 위해 사업자 자격 조건을 강화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민간 충전사업자 자격 요건을 강화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 다음 달 국가 충전사업자를 선정한다. 2017년 민간 충전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지금까지 등록된 33개 충전사업자 자격을 백지화하고 다시 사업자를 모집하는 형태다.
사업자 선정은 등록 방식이지만 등록 조건을 대폭 강화한다. 100기의 충전기를 구축·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전기공사 전문인력 최소 1명을 비롯해 사업수행·운영시스템 등 관리 인력 2명을 포함해 3명을 고용해야 한다. 여기에 24시간 운영 콜센터와 전국에 사후관리(AS)망을 둬야 한다. AS망은 전국기준 최소 5개 권역으로 충전시설 300기당 1명의 담당자를 둬야 한다.
지금까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영업과 외주 업체를 통한 설치·공사에만 치우쳤던 업계 관행을 깨고, 서비스·관리 운영에 무게 중심을 둔 형태다. 또한 사업연속성을 위해 내년부터는 로밍(사용자 호환) 기준을 강화해 국제 충전 운영·시설 통신 표준 'OCPP 1.6'을 준수해야 한다. 충전시설 소유자는 최소 5년간, 사업자는 최소 2년간 해당 충전시설을 운영·관리해야 하는 조건도 추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달 중 사업자 등록 조건 강화에 따른 사업 설명회를 열어 새로 바뀐 규정을 설명할 예정”이라며 “보조금만을 타내기 위해 업체들이 난립돼 있어 새로운 자격 기준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존 33개 업체 중 사업 요건을 갖추지 못한 신규 업체들이 다수 걸러질 전망이다. 반면에 그동안 충전사업을 준비해온 이마트나 휴맥스 등 신규 사업자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평가를 통해 정했던 국가 사업자 제도가 지난해부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등록제로 바뀌면서 업체 수가 33개까지 증가했다”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업체 수를 줄이더라도 정부 보조금을 악용한 부실공사, 저품질 제품을 막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전기차 완속충전기(7㎾급) 보조금을 대당 최대 3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내렸다. 충전기 보급 물량도 완속충전기 8000기에서 6000기로 줄였다. 대신에 완속충전기보다 충전 속도가 절반 이하인 과금형 콘센트 충전기(2.6㎾) 2만4000대를 대당 50만원에 지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정부 보조금은 충전기당 100만원가량 남길 수 있는 구조라서 충전서비스보다 보조금 수급에만 집중하는 사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