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 해상풍력 5대 강국'을 선언한 가운데 현재 상업운전을 하고 있는 해상풍력 발전설비는 사업 허가를 받은 설비의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발전사업 허가가 난 지난 2006년 이후 15년이 흘렀지만 발전소 건설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발전사업 허가 이후 관계 부처와 주민 협의 과정에서 발목이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에 맞춰 해상풍력 보급에 속도를 내려면 한국전력공사 같은 대형 공기업이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설비는 총 4424㎿(22곳)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실제 상업운전을 하고 있는 해상풍력 설비는 실증단지를 제외하고 124㎿에 불과하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도 상업운전에 이른 해상풍력 발전소가 3%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해상풍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건설하려는 입지에 풍황 계측기를 설치하고 자원을 조사해야 한다. 이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발전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발전설비 용량이 3000㎾ 이상이면 산업통상자원부에 발전사업 심의를 신청하고, 산업부는 전기위원회 심의 후 허가한다.
그러나 발전사업 허가를 받더라도 이후 발전소를 세우려면 지역주민 보상을 협의하는 등 과정이 만만치 않다. 발전사업 허가 이후 '계통연계 신청→발전단지 설계→개발행위 허가→주민보상 협의→특수목적법인(SPC) 구성→발전단지 건설'을 거쳐야 상업운전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문화재 지표 조사), 해양수산부(해역 이용 협의, 해상교통 안전 진단), 국토교통부·지방항만청(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 등 개발 행위 허가가 필요하다. 또 발전사업 권역 연관 주민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한 에너지기관 관계자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나와 있는 인·허가는 전기사업 허가를 말하는 것으로, 발전사업 허가 이후에 개발행위 허가 등을 받아야 착공할 수 있다”면서 “발전사업 허가 이후 단계가 훨씬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게다가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에 비해 주민과 협의해야 하는 범위가 넓다. 해상에 대규모로 발전설비가 구축되는 만큼 어업권과 겹칠 여지가 크고, 대형 송전선로가 구축되면 주변 부지 주민과도 협의해야 한다.
실제로 제주한림해상풍력발전 사업과 관련해 일부 제주 주민은 변전소 설치에 대한 의견을 듣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12월 개발사업시행승인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해상풍력 보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발전사업 허가 이후 과정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디벨로퍼가 절실한 상황이다. 송배전 공사 등에 경험이 풍부한 한전 같은 대형 공기업이 나서서 시장을 선제 조성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세계 해상풍력 설비는 2019년 29.1GW에서 2030년 177GW로의 확대가 전망된다. 급성장이 기대되는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한때 국내에서도 대기업이 풍력발전 터빈을 개발한다며 뛰어들었지만 국내에서 시장이 조성되지 않아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면서 “덴마크 공기업 오스테드도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노리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대형 디벨로퍼가 참여해서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용어설명-디벨로퍼:사업 기획부터 지분투자·금융조달·건설·운영을 총괄하는 개발사업자
15년간 발전사업 허가 설비 442MW
-
변상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