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이 한국의 배터리 전문업체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을 인수한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첨단 제조업 육성을 위해 이뤄진 한국 배터리 기업 인수합병(M&A) 사례다. 우리나라의 하이니켈 배터리 제조 기술이 글로벌 M&A 대상으로 떠올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로사톰은 최근 미국 투자기업 TVG로부터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이하 에너테크) 지분 50%를 인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TVG는 미국 에너지 업체 에너원의 투자 관계사다. 에너테크는 삼성의 방계그룹이던 새한미디어가 전신으로, 지난 2010년 유동성 위기를 맞아 에너원에 인수된 바 있다.
총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로사톰은 미국 TVG와 에너테크 지분을 50%씩 보유하게 된다.
에너테크는 리튬이온 배터리 전문 제조업체다. 충북 충주에 연간 240메가와트시(㎿h)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기반으로 러시아 전기차와 전기버스에 파우치 배터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로사톰은 한국의 배터리 기술을 활용해 자국의 첨단 제조업을 육성한다. 에너테크는 2001년 배터리 사업을 시작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전기버스에 처음 탑재했다. 에너테크 배터리는 세계 시장 주류를 이루고 있는 니켈 60%, 코발트 20%, 망간 20%로 조성된 전기차용 배터리다.
로사톰은 원자력뿐만 아니라 전기차·신재생 등 국가 차원의 첨단 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직접 지휘한다. 특히 러시아 자동차 업체 아우르스에 에너테크가 생산한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우르스는 내연기관 기반 관용차를 친환경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2016년 에너테크 NCM622 배터리는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이 이용하는 전기차에 탑재됐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용 관용차에 에너테크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다.
로사톰은 에너테크의 NCM811(니켈 80%, 코발트 10%, 망간 10%) 배터리를 내년 푸틴 전용 관용차 탑재를 시작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특히 로사톰은 러시아에 20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세워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공략할 방침이다. 내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이르면 올해 안에 착공될 예정이다. 생산 능력은 2GWh(기기와트시) 규모이며, 추후 확대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6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년 성장세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사톰은 한국의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을 활용, 중국·일본 배터리 경쟁사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한국 배터리 기업 인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를 제외하고 니켈 80% 조성의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 구현이 가능한 기업은 많지 않다. 하이니켈 배터리는 에너지 용량이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높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국과 중국·일본 배터리 기업에 비해 기술력이 한참 못 미쳐 관용차 교체 프로젝트 중심으로 배터리 성능 및 안전성을 확보하기란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